Vol. 87 · Foundation First 전략 · Deep read
Benjamin Hallen, Ron Tidhar & Kathleen Eisenhardt · Harvard Business Review(2026)

한 건을 팔 때마다
잃는 구조로
규모를 키웠다
성장을 먼저 하면 약한 모델이 그대로 굳는다. 가격을 올리거나 비싼 구조를 다시 짠 사례를 저자들은 거의 떠올리지 못한다. 성장은 그 모델을 고치는 힘이 아니라 고칠 수 없게 만드는 힘이었다.

저자들이 꼽는 순서는 반대다. 수익과 비용의 동인을 넓게 실험하고, 사업 모델을 단순하게 깎고, 단위경제가 증명될 때까지 성장을 의도적으로 미룬다. 그러면 성장은 발견이 아니라 복제가 된다.

A Thousand Unicorns유니콘 1,000곳
Grow and Then Gouge키우고 나서 고친다는 계획
Foundation First토대를 먼저 놓는다
원전
What Growth Locks In Benjamin Hallen, Ron Tidhar & Kathleen Eisenhardt, The Risks of Scaling Too Fast(Harvard Business Review, November–December 2026, 90–101)
Previously on Vol. 86
하지 않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에이전트 요청의 약 23%는 같은 사람의 어시스턴트 기록에 한 번도 없던 종류였다. 바뀐 것은 일하는 속도보다 일의 범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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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 이 글에서의 정의
단위경제 Unit Economics

한 건을 더 팔 때 따라붙는 수익과 비용이다. 회계상의 마진과 범위가 다르다. 마진은 제품을 만드는 값을 보고, 단위경제는 그 한 건을 팔아서 지키기까지 드는 값을 함께 본다. 고객을 데려오는 데 쓴 돈과 그 고객을 떠받치는 데 드는 돈이 모두 들어간다. 그래서 제품 원가는 남는데 단위경제는 적자인 상태가 가능하고, 그 상태로도 매출은 아주 빠르게 늘 수 있다.

Section Ⅰ · A Thousand Unicorns유니콘 1,000곳

빨리 커진 회사들이
어디까지 갔는지 세어 봤다

창업자가 받는 조언은 오래도록 하나였다. 성장을 무엇보다 앞세우라는 것이다. 벤저민 할렌과 론 티드하르, 캐슬린 아이젠하트가 2026년 11·12월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쓴 글은 그 조언의 뒷면을 센다.

저자들이 2025년에 들여다본 것은 지난 10년 동안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 1,000곳 이상이다. 그 가운데 번듯한 상장사가 된 곳은 150곳이 되지 않았다. 기업가치 10억 달러라는 문턱을 넘는 일과 오래 가는 회사가 되는 일 사이에 그만한 간격이 있었다.

저자들이 지목하는 원인은 속도 자체가 아니다. 규모를 서둘러 좇는 동안 단위경제가 약한 사업 모델에 정착해 버리는 것이다. 매출이 늘고 제품과 시장이 맞물리는 지점을 찾을 수도 있다. 다만 그 아래의 셈을 비워 두면 사업은 끝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무비패스가 그 모양을 잘 보여 준다. 정액 월 요금으로 사실상 무제한 영화 관람권을 내준 회사였고 수백만 명의 고객을 모았다. 문제는 거래 하나하나에서 돈을 잃었다는 것이다. 고객이 낼 수 있는 값에는 한계가 있고 극장이 표를 내주는 값에도 한계가 있어서, 단위경제가 흑자로 넘어갈 길이 없었다. 회사는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저자들은 네트워크 효과에 거는 기대도 같은 자리에서 흔들린다고 적는다. 규모가 아주 커지면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그 논리가 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단위경제를 잘못 읽은 결과다. 저자들이 살핀 아동 중고의류 거래 장터가 그런 경우였다. 부모들이 편리함을 좋아해 계속 들어왔고 네트워크 효과가 매출을 끌어올렸는데, 창업자들은 거래 한 건에 드는 높은 비용을 잊고 있었다.

Unicorns Studied
1,000+
지난 10년간 기업가치 10억 달러 문턱을 넘은 스타트업. 저자들이 2025년에 살폈다
Made It
<150
그 가운데 번듯한 상장사가 된 곳의 수. 문턱을 넘는 일과 오래 가는 일은 달랐다
What Locks In
약한 모델
규모를 서둘러 좇는 동안 단위경제가 약한 구조가 자리를 잡는다
Later Fixes
드물다
성장이 시작된 뒤 가격을 크게 올리거나 비싼 구조를 다시 짠 사례를 저자들은 거의 떠올리지 못한다

Section Ⅱ · Grow and Then Gouge키우고 나서 고친다는 계획

미뤄 둔 수선은
대개 돌아오지 않는다

단위경제가 나쁘다는 것을 모르고 키우는 경우는 드물다. 더 흔한 것은 알면서 미루는 쪽이다. 나중에 가격을 올리거나 비싼 서비스를 덜어 내면 된다는 계획이다. 저자들은 이것을 키운 다음 쥐어짜는 전략이라고 부르고, 그 전략이 좀처럼 성사되지 않는다고 적는다.

이유가 단순하다. 제품과 시장의 맞물림이 그 가격과 그 구조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이 서비스를 좋아하는 이유 가운데 그 값과 그 편의가 들어 있다. 값을 올리고 편의를 덜어 내면 맞물림 자체가 흔들린다. 두 가지를 따로 조정할 수 있다는 가정이 틀린 것이다. 저자들은 성장이 시작된 뒤 가격을 크게 올리거나 비용 구조를 다시 짠 스타트업을 거의 떠올리지 못한다고 쓴다.

여기에 하나가 더해진다. 매출이 빠르게 오르는 동안에는 고칠 계획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손실을 감당해 줄 투자자가 뒤에 있으면 더 그렇다. 그래서 수선은 미뤄진 것이 아니라 일정에서 빠진 상태가 된다.

이 대목에서 Vol. 23과 이어진다. 그 편은 실행이 싸질수록 드러나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빨라지면 안 되는 결정들이다. 이번 편은 그 목록에 하나를 구체적으로 올린다. 단위경제가 증명되기 전의 규모 확대다. 느리게 가야 하는 이유가 신중함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음에 있다는 점에서 두 편의 논리가 같다.

Vol. 70과도 나란히 둘 만하다. 그 편에서 IT 프로젝트 1,471건의 평균 비용 초과율은 27%였고 그 뒤에 여섯 중 하나가 평균 200%로 서 있었다. 평균만 보면 관리 가능해 보이지만 꼬리가 사업을 끝낸다는 이야기였다. 유니콘 1,000곳 가운데 150곳이라는 숫자도 같은 모양이다. 성공 사례만 세면 성장 우선 전략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저자들이 이 발견을 스타트업 밖으로 넓히는 대목도 적어 둘 만하다. 통찰은 벤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서 나왔지만, 같은 양상과 같은 실수를 중소기업과 새 사업을 시작하는 대기업에서도 봤다는 것이다. 사내 신사업이 초기 성장 지표로 평가받는 조직이라면 같은 자리에 서 있다.

The Foundation-First Order
토대를 먼저 놓는 순서
01
비용 동인도 가설로 다룬다
Experiment Broadly · 수익 쪽만 실험하지 않는다
창업자는 수요와 가격과 지불 의사를 엄밀하게 실험하도록 배운다. 저자들이 비었다고 보는 쪽은 비용이다. 어떤 활동이 사람 손을 꼭 필요로 하는지, 어떤 설계가 조용히 높은 변동비를 고정시키는지를 일찍 시험한다.
02
모델을 단순하게 깎는다
Simplify Ruthlessly · 복잡함은 비용으로 돌아온다
선택지와 예외가 많은 모델은 규모가 커질 때 단위 비용을 함께 키운다. 깎는 일은 초기에 싸고 나중에 비싸다.
03
성장을 의도적으로 미룬다
Delay Growth · 증명될 때까지
단위경제가 확인되기 전에는 규모를 키우지 않는다. 미루는 일은 소극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뒤로 미루는 적극적인 선택이다.
04
그다음에 복제한다
Then Replicate · 발견이 아니라 복제
토대가 놓이면 성장은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일이 아니라 아는 것을 되풀이하는 일이 된다. 그래서 더 빠르고 덜 위험해진다.

Section Ⅲ · Foundation First토대를 먼저 놓는다

미리 센 회사들이
무엇을 셌는지 본다

저자들이 드는 반대편 사례가 구체적이다. 렌트 더 런웨이는 결혼식이나 무도회 같은 자리에 입을 디자이너 드레스를 빌려주는 회사로 출발했다. 창업자들은 먼저 디자이너들과 이야기해 도매 가격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가늠했다. 단위 비용을 크게 낮추는 일이다.

동시에 수요와 가격을 시험했다. 드레스 100벌을 확보해 여학생 모임과 사교 클럽을 겨냥한 임시 대여 행사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수익 쪽 동인과 비용 쪽 동인을 함께 손에 쥐게 된다. 앞쪽은 제품과 시장의 맞물림과 지불 의사이고, 뒤쪽은 드레스 구입비와 세탁비, 그리고 한 벌을 교체하기 전까지 몇 번이나 빌려줄 수 있는가다. 초기 사용자에게 천천히 서비스를 열면서 고객 획득 비용도 알게 됐다. 성장을 밟을 준비가 됐을 때 사업 모델은 이미 단위 수익성으로 가는 길 위에 있었다.

스타벅스의 초기도 같은 규율을 보여 준다. 빠른 확장으로 뛰어들기 전에 하워드 슐츠와 그의 팀은 매장 후보지마다 수익성을 따져 봤다. 슐츠가 회고록에 적은 기준은 단순하다. 문을 연 첫해에 매장을 짓는 데 들인 1달러당 2달러의 매출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비율 자체는 그 업종과 그 모델에 묶인 숫자이지만, 매장 단위의 셈을 지켰다는 점이 지역 확장의 함정을 피하게 했다.

두 사례에서 공통된 것은 미룬 일의 종류다. 둘 다 수요를 확인하는 일은 일찍 했다. 미룬 것은 규모다. 저자들이 정리한 세 가지 원칙이 이것을 한 줄로 요약한다. 넓게 실험하고, 가차 없이 단순하게 만들고, 의도적으로 성장을 미룬다.

AI를 다루는 조직에 이 글이 닿는 자리도 분명하다. 저자들이 비용 쪽에서 물으라고 적은 질문 가운데 하나가 어떤 활동이 정말로 사람의 노동을 필요로 하고 어떤 것이 단순화되거나 자동화되거나 인공지능에 넘겨질 수 있는가다. 이 질문은 비용을 줄이려는 물음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모델의 형태를 정하는 물음이다. 어디까지 사람이 해야 하는지가 정해지면 한 건을 더 팔 때 드는 값이 정해지고, 그 값이 성장의 상한을 정한다.

이 글의 성격도 적어 둔다. 이것은 동료 심사를 거친 논문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쓴 실무 기고다. 유니콘 1,000곳과 150곳이라는 숫자는 저자들이 자기 연구로 제시한 것이고, 이 글은 그 원자료를 확인하지 않았다. 번듯한 상장사라는 기준이 어떻게 정의됐는지도 기고문에는 적혀 있지 않다. 사례들도 공개된 이야기에서 골라 온 것이라 생존 편향의 반대편, 곧 실패 사례만 모아 교훈을 읽는 쪽으로 기울 여지가 있다. 그러니 수치보다 순서에 무게를 두고 읽는 편이 맞는다.

그 순서를 조직의 말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새 사업의 첫 보고서에 사용자 수와 성장률이 먼저 오는지, 아니면 한 건을 팔 때 드는 값이 먼저 오는지다. 앞쪽만 있는 보고서를 몇 분기 받다 보면 그 사업은 이미 굳어 있다.

Before You Scale It · 규모를 키우기 전에
확인할 다섯 질문
01
한 건을 더 팔 때 드는 값을 말할 수 있는가?
제품 원가가 아니다. 고객을 데려오고 떠받치는 값까지 넣은 숫자다.
02
비용 동인을 수익 동인만큼 실험해 봤는가?
저자들이 비었다고 지목한 칸이다. 수요 실험은 하고 비용 실험은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기본값이 돼 있다.
03
나중에 고치겠다는 항목이 몇 개인가?
목록으로 적어 본다. 적어 두지 않은 수선은 일정에서 빠진 상태이지 미뤄진 상태가 아니다.
04
규모가 커지면 좋아지는 비용과 나빠지는 비용을 갈라 두었는가?
저자들이 일찍 물으라고 한 질문이다. 둘을 섞어 두면 네트워크 효과가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는 기대가 자란다.
05
신사업 보고서의 첫 줄이 무엇인가?
사용자 수와 성장률이 먼저 오는 서식은 성장 우선 전략을 조직의 기본값으로 만든다.

빨리 키우라는 조언이 오래 통한 이유가 있다. 빨리 키운 회사들 가운데 크게 성공한 사례가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한 일은 그 사례들 옆에 나머지를 세워 둔 것이다.

그 숫자가 바꾸는 것은 속도에 대한 태도보다 순서에 대한 태도다. 성장은 약한 모델을 고쳐 주지 않는다. 그 모델을 더 많은 거래 위에 옮겨 놓을 뿐이고, 거래가 많아질수록 고치는 값은 올라간다.

Synthesis · Vol. 87

성장은 모델을 고치지 않는다
굳힐 뿐이다

저자들이 2025년에 지난 10년간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 1,000곳 이상을 살폈더니, 번듯한 상장사가 된 곳은 150곳이 되지 않았다. 규모를 먼저 좇는 동안 단위경제가 약한 모델이 자리를 잡고, 회사가 커질수록 그 모델은 고치기 어려워진다.

나중에 가격을 올리거나 비싼 구조를 다시 짜겠다는 계획은 드물게만 실행된다. 제품과 시장의 맞물림이 이미 그 가격과 그 구조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권하는 순서는 수익과 비용의 동인을 함께 실험하고, 모델을 단순하게 깎고, 단위경제가 증명될 때까지 성장을 미루는 것이다.

Harvard Business Review · 2026 — Leadership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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