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는 문이었다
어느 시점에 자리에 있는 사람의 수가 재고이고, 그 사이에 들어온 수와 나간 수가 흐름이다. 재고만 보면 줄었다는 사실까지만 알 수 있다. 같은 감소가 사람을 내보내서 생길 수도 있고 받지 않아서 생길 수도 있는데, 조직이 해야 할 일은 그 두 경우에 전혀 다르다. 이 글의 연구가 한 일은 재고의 변화를 두 흐름으로 쪼갠 것이다.
Section Ⅰ · The Widening Gap벌어지는 격차
또래보다 19% 아래에
그리고 계속 벌어졌다
Vol. 11에서 사다리의 첫 칸이 사라지고 있다고 썼다. 전문가는 신입 시절의 궂은일을 하며 자랐는데 그 궂은일을 AI가 하게 되면 오를 길이 끊긴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가진 것은 관찰과 추론이었고 숫자는 없었다. 이제는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바라트 찬다르, 루유 첸은 급여 처리 회사 ADP의 자료로 미국 노동자 수백만 명의 고용을 2026년 6월까지 따라갔다. 직군을 AI 노출 정도에 따라 다섯 분위로 나누고, 2022년 11월을 기준점으로 삼아 연령대별 고용 변화를 비교했다. 2022년 11월은 ChatGPT가 공개된 달이다.
결과는 연령에서 갈렸다. 노출이 가장 큰 분위의 22-25세는 고용이 줄었고, 같은 연령대의 노출 하위 세 분위는 같은 기간 약 10% 늘었다. 두 흐름의 차이가 21%포인트이고, 하위 분위의 성장에 비춰 환산하면 19%다. 또래의 추세를 따랐을 경우보다 그만큼 모자란다는 뜻이다. 경력자에게는 같은 격차가 없다.
그리고 이 격차는 자료가 쌓일수록 커졌다. 같은 지표로 2025년 7월 시점에는 15%였다. 저자들이 2025년 8월에 처음 보고한 뒤로 꾸준히 벌어져 2026년 6월에 19%에 이르렀다. 판본마다 달라지는 숫자라 하나만 외우면 틀리는데, 방향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지역을 나눠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노출 최상위 분위의 젊은 노동자 고용은 서부에서 약 21%, 북동부에서 약 13% 떨어졌고 남부와 중서부에서는 7%와 9% 수준이었다. AI 도입이 앞서 간 주에서 약 19% 떨어진 반면 도입이 늦은 주에서는 가장 작았다. 노출과 도입이 함께 움직인 자리에서 감소가 컸다는 뜻이다.
저자들이 여섯 가지 사실 중 첫째로 적은 것은 이 모든 이야기의 반대쪽이다. 경제 전체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전체 고용은 견고하다. 무너지는 것은 전체가 아니고 들어오는 자리다.
Section Ⅱ · Through the Front Door들어오는 문
이직은 줄었다
좁아진 것은 들어오는 문이다
자리에 있는 사람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다. 사람을 내보내서 줄 수도 있고 받지 않아서 줄 수도 있다. 저자들은 이 지점을 그냥 넘기지 않고, 연령대와 노출 분위를 조합한 칸마다 채용률과 이직률을 따로 쟀다. 앞의 경우는 이미 일하는 사람이 밀려난 것이고 뒤의 경우는 들어올 자리가 좁아진 것이니, 조직이 해야 할 일도 달라진다.
결과는 뒤쪽이었다. 이직률은 두 집단 모두 떨어졌고, 젊은 노동자 중에서는 노출이 큰 직군에서 최소한 같은 정도로 떨어졌다. 사람이 밀려나고 있다면 노출이 큰 쪽에서 이직률이 올라가야 하는데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격차는 채용률에서 벌어졌고, 그 벌어짐은 2022년 이후에 시작됐다.
2022년 이후 노동시장 전체가 채용도 적고 해고도 적은 상태로 들어갔다. 저자들은 그런 시장이 특히 젊은 노동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적는다. 이미 자리를 가진 사람은 그 자리에 머물면 되지만, 처음 들어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채용이 유일한 입구이기 때문이다.
조직 안에서 이 일이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해고 공지가 없고 구조조정 발표가 없고 설명해야 할 사건도 없다. 작년에 신입 두 명을 받던 자리에 올해 한 명을 받는다. 그 결정은 어느 보고서에도 감원으로 올라오지 않고, 결정한 사람조차 자기가 무엇을 결정했는지 모른다. 한 자리를 비워 두는 일은 올해의 예산 안에서 합리적이다. 그 합리가 부서마다 한 번씩 반복되면 10년 뒤 경력자의 공급이 끊긴다.
저자들은 이 유인 구조를 오래된 문헌에서 끌어온다. 채용을 줄이는 일은 가장 마찰이 적은 조정 수단이고, 거기에 신입을 가르칠 유인이 본래부터 약하다는 사정이 겹친다. 가르치는 비용은 지금 우리가 치르는데 그렇게 자란 사람이 다른 회사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 계산에 새 항목을 더하지 않았다. 원래 기울어 있던 계산에서 반대쪽 무게를 덜어낸 것이다. 궂은일을 맡길 사람이 꼭 필요했던 사정이 사라지면, 가르치지 않을 이유만 남는다.
Section Ⅲ · Substitute or Complement대신하는가 거드는가
같은 도구를 들였는데
결과가 갈렸다
여섯 가지 사실 중 리더가 실제로 손을 댈 수 있는 것은 다섯째다. 저자들은 직군마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지 거드는지를 추정해야 했는데, 그 추정을 설문이 아니라 사용 기록으로 했다. Anthropic이 공개하는 경제 지표에서 각 직군에 해당하는 질의의 비중과, 그 질의가 작업을 대신하는 쪽인지 거드는 쪽인지의 비중을 가져다 썼다.
그렇게 나눠 보면 감소가 한쪽에 몰려 있다. AI 사용이 주로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직군에서 최연소층의 고용이 떨어졌고, 주로 거드는 직군에서는 고용이 유지되거나 늘었다. 경력자에게서 특히 그랬다. 사례로 보면 더 선명하다. 간호조무사와 정신과 보조, 가정건강 보조를 묶어 보면 젊은 노동자의 고용이 오히려 더 빠르게 늘었다.
이 지점이 리더의 결정 지점이다. 노출도는 직군에 붙어 있는 성질이라 바꾸기 어렵지만, 같은 도구를 어느 쪽으로 쓸지는 조직이 정한다. 주니어가 하던 작업을 모델에 그대로 옮기면 대신하는 쪽이고, 주니어가 하던 작업의 범위를 넓히는 데 쓰면 거드는 쪽이다. 도구는 같고 설계가 다르다. 그래서 도입 여부를 묻는 회의보다 그 도구를 누구의 일에 어떻게 붙일지 정하는 회의가 중요하다.
이 연구를 읽을 때 조심할 것들도 저자들이 직접 적어 두었다. 이것은 인과 추정이 아니라 이른 시기의 기술적 지표다. 교육 수준을 통제하면 패턴이 약해지고, 일부 추세는 생성형 AI가 나오기 전부터 있었고, ADP 표본에서 전국 설문 기준선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국 자료이기도 하다. 한국의 신입 채용은 공채 관행과 병역, 학력 구조가 얽혀 있어 같은 숫자를 그대로 옮길 수 없다.
그렇다고 리더가 할 일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격차가 19%든 10%든, 그것이 채용에서 일어난다는 사실과 대체 쪽과 보완 쪽에서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같은 결정을 가리킨다. 숫자의 크기는 다툴 수 있지만 결정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리고 이 결정에는 기한이 있다. 지금 받지 않은 신입은 3년 뒤에 중간 경력자가 되어 있지 않다. 그 자리를 그때 외부에서 사 오려면 같은 사람을 모두가 찾고 있을 것이다. 올해의 예산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3년 뒤의 가장 비싼 문제가 되는 구조다. 숙련은 급여 대장에서 가장 조용히 사라지는 자산이다.
Vol. 11을 쓸 때 걱정했던 것은 사다리의 첫 칸이었다. 이 연구가 보여 주는 것은 그 칸이 부서지는 방식이다. 누가 떼어 내는 것이 아니다. 매년 조금 덜 만들고, 아무도 그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닳아 없어진다.
그래서 이 편의 요구는 간단하다. 인원이 줄었는지 보는 대신 받은 사람이 줄었는지 보라는 것이다. 앞의 숫자는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고, 뒤의 숫자는 지금 무엇이 닫히고 있는지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