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는 비슷해진다
이 글에서 '동질화'는 사람이 못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AI를 쓰면 저마다의 아이디어 질은 올라가는데, 그 결과물들이 서로 닮아 집단 전체의 다양성은 줄어드는 현상이다. 각자는 나아지고, 전체는 좁아진다.
Section Ⅰ · The Paradox각자 나아지는데
개인은 창의적이 되고
집단은 비슷해진다
AI는 창의성을 도와준다. 그런데 도움의 방향이 묘하다. 저마다의 아이디어는 좋아지는데, 모두의 아이디어가 서로 닮아 간다.
2024년 Science Advances에 실린 실험이 이 역설을 보여 준다. 참가자 293명이 짧은 소설을 쓰고, 평가자 600명이 그 글을 읽었다. AI에게서 이야기 아이디어를 받은 사람의 글은 더 창의적이고, 더 잘 쓰였고, 더 즐겁다고 평가됐다. 효과는 원래 서투른 사람에게서 특히 컸다. AI가 바닥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런데 대가가 있었다. AI의 도움을 받은 이야기들은 서로 더 닮아 있었다. 사람 혼자 쓴 글들보다 다양성이 낮았다. 연구진은 이를 '사회적 딜레마'라 불렀다. 개인에게는 이득인 선택이 모여, 집단의 콘텐츠는 좁아진다.
각자는 더 나은 글을 얻는데 모두의 글이 비슷해진다면, 손해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내 글은 좋아졌으니까. 다양성이 준다는 사실은 개인의 시야 바깥에서, 조용히 벌어진다.
Section Ⅱ · Pull to the Mean평균의 인력
바닥은 오르고
폭은 좁아진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AI는 세상에 이미 있는 것들의 평균 위에서 배운다. 그래서 그 제안은 통계적 가운데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2025년 Nature Human Behaviour의 한 실험이 이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브릭 하나와 선풍기 하나로 장난감을 만들어 보라고 하자, ChatGPT를 쓴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는 94%가 서로 겹쳤고, 아홉 명이 각자 자기 장난감을 똑같이 'Build-a-Breeze Castle'이라 이름 붙였다. 사람끼리만 낸 아이디어는 전부 달랐다.
“생성형 AI는 개인의 창의성을 높이지만, 새로운 콘텐츠의 집단적 다양성은 줄인다. 각자에게 이로운 선택이 모여 전체의 폭을 좁힌다.” (요지 · Doshi & Hauser, Science Advances, 2024)
Section Ⅲ · Divergence다양성을 지키는 설계
평균을 올리기보다
바깥값을 지킨다
평균으로 끌리는 힘은 세고 조용하다. 의식하지 않으면 다양성은 소리 없이 준다. 그래서 다양성은 저절로 지켜지지 않고, 설계로 지켜야 한다. 그 설계를 세우려면 다음을 통과해야 한다.
AI가 모두의 바닥을 올려 줄수록, 리더가 지켜야 할 것은 천장과 바깥값이다. 각자를 나아지게 하는 도구가 모두를 닮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 조용한 맞바꿈을 아는 것에서 설계는 시작된다.
이 편은 Vol. 03의 짝이다. 답의 문화에서 질문의 문화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AI가 답을 흔하게 만드는 시대에, 남과 다른 질문을 지키는 일이 곧 다양성을 지키는 일이다. Vol. 18에서 확신을 다시 열던 근육은, 여기서 손쉬운 합의를 다시 여는 근육으로 이어진다.
리더의 자리는 평균을 끌어올리는 데 있지 않다. 평균 바깥, 아직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자리를 지키는 데 있다. 모두가 평균으로 끌릴 때, 다르게 남는 것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