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랄 길은 없다
조직이 사람의 재능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믿음이다. 타고난 양이 정해져 있다고 보면 고정 마인드셋이고, 쓰면서 자란다고 보면 성장 마인드셋이다. 개인의 신념을 말하는 기존 용법과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여기서 재는 것은 한 사람이 무엇을 믿는지가 아니라 그 조직이 무엇을 믿는다고 구성원들이 읽는지다. 같은 회사의 직원들이 대개 같은 답을 한다는 것이 이 개념이 성립하는 조건이다.
Section Ⅰ · A Belief, Not a Program제도보다 먼저 있는 믿음
문화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고
무엇이 문화를 만드는지는 비어 있다
문화가 중요하다는 데 반대하는 경영자는 거의 없다. 이 연구가 인용하는 조사에서 최고경영자와 재무책임자 1,900명 가까이에게 물었더니 절반이 넘는 사람이 기업 가치를 예측하는 상위 세 요인에 문화를 꼽았고, 92%가 넘는 사람이 문화를 개선하면 회사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답했다. 합의는 이미 끝나 있다.
비어 있는 자리는 그다음이다. 문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다. 연구자들이 문화를 정의하는 방식은 비교적 분명하다. 작업집단이나 조직을 특징짓는 규범이고, 성과가 좋은 조직의 문화에서는 협업과 혁신, 정직이라는 세 가지 규범이 자주 관찰된다. 그 규범들이 신뢰와 몰입을 키우고, 신뢰와 몰입이 성패를 예측한다.
그런데 그 규범이 어디서 오는지는 설명이 얇았다. 엘리자베스 캐닝과 공저자들이 들여다본 것이 이 지점이다. 규범 밑에 깔린 믿음을 찾아보자는 것이고, 그 믿음으로 재능에 대한 조직의 관점을 택했다. 이 조직은 사람의 능력이 정해져 있다고 보는가, 자랄 수 있다고 보는가.
세 번에 걸쳐 쟀다. 첫째 연구는 2013년 포춘 500 기업의 사명문을 모아, 가설을 모르는 코더 두 사람이 각각 여덟 항목으로 마인드셋 언어를 채점했다. 사명문이 없거나 글래스도어의 문화 평가가 없는 회사를 걸러 400여 곳이 남았다. 그 점수를 글래스도어에 올라온 직원들의 문화 평가와 짝지었고, 업종과 회사 전반 만족도를 통제했다. 결과는 고정 마인드셋 언어를 쓴 회사의 직원이 자기 회사 문화에 덜 만족했다는 것이다.
둘째 연구는 인과를 보려고 사명문을 조작했다. 참가자들에게 여섯 개 중 하나를 읽히는데, 셋은 성장과 발전을 내세우고 셋은 타고난 재능과 힘들이지 않는 성과를 내세운 것이다. 고정 쪽을 읽은 사람들은 그 회사에 협업과 혁신과 정직이 덜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직원들의 신뢰와 몰입도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셋째 연구가 실제 직장을 봤다. 포춘 1000 일곱 곳에서 무작위로 고른 직원 500여 명에게 자기 회사의 마인드셋과 문화를 물었다. 자기 조직이 고정 마인드셋을 지지한다고 느낀 사람은 협업과 혁신과 정직이 덜한 문화를 보고했고, 조직에 대한 신뢰와 몰입도 낮게 보고했다.
Section Ⅱ · What It Produces무엇이 생기는가
능력이 정해져 있다면
남은 일은 증명이다
세 규범이 함께 낮아진다는 결과는 우연한 묶음이 아니다. 하나의 기제에서 나온다. 재능의 양이 정해져 있다고 보이는 곳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양이 많다는 것을 보이는 쪽뿐이다. 늘리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면 증명하는 일만 남는다.
그 전제에서 세 가지가 따라온다. 협업이 먼저 줄어든다. 누가 능력 있는 사람인지 가리는 경쟁이 상시로 돌아가면, 동료는 함께 일할 사람이기보다 비교 대상이 된다. 아는 것을 내놓는 일은 상대의 성과를 올려 주는 일이 되고, 그러면 쥐고 있는 쪽이 유리하다.
혁신도 줄어든다. 능력이 정해져 있다고 보는 곳에서 실패는 배움의 자료가 아니고 자기 양이 적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면 사람은 실수할 가능성이 있는 일을 피한다. 회사가 혁신을 가치로 내걸어도 결과는 같다. 가치 선언과 추론의 결론이 충돌할 때 사람은 추론을 따른다.
정직이 줄어드는 대목이 이 연구에서 가장 날카롭다. 저자들의 추론은 이렇다. 고정 마인드셋 조직에서 사람들이 스타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며 자기 능력을 보이고 남을 앞서려 한다면, 앞서기 위해 지름길을 택하고 거짓을 말하고 정보를 쥐는 일도 더 기꺼이 하게 된다. 연구에서 쓴 문항 하나가 그 상태를 그대로 적어 두었다. 이 회사에는 속임과 지름길과 편법이 많다.
그래서 경로가 보인다. 마인드셋이 규범을 만들고, 규범이 신뢰와 몰입을 만든다. 저자들이 확인한 순서가 이것이다. 고정 마인드셋 언어를 쓴 회사는 협업과 혁신과 정직이 덜한 곳으로 보였고, 그 때문에 직원들의 신뢰와 몰입이 낮게 예상됐다. 믿음에서 규범으로, 규범에서 태도로 간다.
Vol. 13에서 좋은 실패를 다뤘다. 실패를 어떻게 대할지의 이야기였다. 이번 편은 그 대응이 나오기 전에 있는 전제를 다룬다. 실패가 정보로 읽히는 조직과 증거로 읽히는 조직의 차이이고, 그 차이는 실패 처리 절차를 바꾸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Section Ⅲ · Where People Read It사람들이 읽는 자리
사명문에 쓰여 있지만
거기서 읽히지는 않는다
이 연구의 설계에는 솔직하게 짚어 둘 한계가 있다. 저자들 자신이 적어 두었다. 둘째 연구의 참가자들은 그 회사를 경험한 적이 없고 사명문만 읽었는데, 그것은 실제 직원이 가진 정보에 비하면 훨씬 얇은 조각이다. 첫째와 셋째 연구는 같은 시점에 측정한 상관 관계이므로 인과의 방향을 단정할 수 없다. 미국 대기업 자료라는 점도 그렇다.
그러니 사명문을 고쳐 쓰는 일은 이 연구가 말하는 처방이 아니다. 사명문은 연구자가 조직의 믿음을 밖에서 읽어 내려고 쓴 창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은 그 창을 쓰지 않는다. 훨씬 두꺼운 정보를 매일 받기 때문이다.
직원이 실제로 읽는 자리는 세 군데쯤이다. 첫째는 말이다. 누구를 에이스라고 부르는지, 칭찬할 때 한 일을 짚는지 사람에게 이름표를 붙이는지다. 잘했다는 말과 역시 똑똑하다는 말은 같은 칭찬이 아니다. 뒤쪽은 능력의 양에 대한 판정이고, 판정을 받은 사람은 그 판정을 잃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둘째는 실패 다음의 배정이다. 한 번 어긋난 사람에게 중요한 일이 다시 가는지 본다. 사후 검토 자리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말하면서, 다음 주요 과제는 조용히 다른 사람에게 가는 조직이 많다. 직원들은 회의록보다 배정표를 믿는다.
셋째는 승진 기준이다. 현재 수준만 재는 기준은 사람의 양을 재는 기준이고, 1년 사이의 변화를 함께 재는 기준은 자랄 수 있다는 전제를 제도 안에 적어 둔 것이다. 이 차이는 선언이 아니라 서식에서 드러난다.
이 지점에서 성장 분류의 앞선 네 편과 이어진다. Vol. 14는 코칭을 설계하는 이야기였고, Vol. 24는 피드백의 과녁을 옮기는 이야기였고, Vol. 30은 1:1을 다시 짜는 이야기였고, Vol. 36은 거꾸로 배우는 이야기였다. 네 편 모두 사람을 기르는 행위를 다뤘다. 그 행위들이 고정 마인드셋 조직에 들어가면 성질이 바뀐다. 코칭은 부족한 사람을 보수하는 절차로 읽히고, 피드백은 판정으로 읽히고, 1:1은 점검으로 읽힌다. 같은 제도가 다른 뜻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순서가 있다. 기르는 제도를 늘리기 전에 그 제도가 어떤 뜻으로 읽힐지를 먼저 봐야 한다. 우리 조직이 사람에 대해 무엇을 믿는다고 직원들이 읽고 있는지는 설문으로 물을 수 있고, 그 답이 제도 설계보다 먼저 와야 한다. 믿음이 바뀌지 않은 곳에서 제도를 늘리면 증명해야 할 항목이 하나 늘어난다.
성장 마인드셋은 개인의 태도로 소비돼 왔다. 더 노력하라는 말의 포장지로 쓰인 적도 많다. 이 연구가 옮겨 놓는 것은 그 위치다. 사람이 자랄 수 있다는 전제는 개인이 혼자 가질 수 있는 것이기 전에 조직이 가진 성질이고, 조직이 그 전제를 버린 자리에서 개인의 노력은 증명으로 바뀐다.
그러니 사람을 기르는 제도를 하나 더 들이기 전에 물어볼 것이 있다. 우리 조직에서 가장 자주 불리는 이름이 몇 개인가. 그 수가 적을수록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 양이 이미 정해졌다고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