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른 어려움에서 자란다
이 글에서 '의식적 연습'은 시간을 많이 쌓는 일이 아니다. 안데르스 에릭손이 말한 대로, 안락지대 바로 너머의 과제를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되풀이해 심적 표상을 다듬는 훈련이다. 흔히 말하는 '1만 시간'은 그가 바로잡으려 한 오해였다. 양이 아니라 방식이 숙련을 만든다.
Section Ⅰ · The Shortcut지름길이 공짜가 될 때
지름길이 흔해질수록
연습은 사라진다
AI는 지름길을 값싸게 내준다. 막히던 문제도, 서툴던 작업도 순식간에 건너뛴다. 그런데 숙련은 바로 그 건너뛴 구간에서 자란다.
에릭손의 연구가 말하는 숙련의 기제는 단순하지 않다. 깊은 실력은 시간을 쌓는다고 오지 않는다. 안락지대 바로 너머의 어려움과 씨름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고쳐 가며, 머릿속에 정교한 심적 표상을 쌓을 때 온다. 씨름이 곧 기제다. 그 씨름을 건너뛰면, 숙련도 함께 건너뛰어진다.
최근 연구들은 이 위험에 이름을 붙였다. 탈숙련(deskilling)이다. AI에 지나치게 기대면 인지적 부담을 넘기는 습관이 붙고, 그만큼 실력은 조용히 줄어든다는 관찰이다. 특히 초급자가 걱정된다. AI가 반복 과업을 대신하면, 전문가로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연습 기회가 사라진다. 지금의 생산성과 맞바꾼 것이 내일의 숙련일 수 있다.
그러니 문제는 AI를 쓰느냐가 아니다. 어려움을 어디서 건너뛰고 어디서 감당할지, 그 선을 어떻게 긋느냐다.
Section Ⅱ · Two Offloadings위임인가 증강인가
같은 도구라도
넘기는 방식이 다르다
AI에 일을 넘기는 데도 두 방식이 있다. 어려움을 통째로 넘겨 없애 버리는가, 아니면 감당하도록 돕는 발판으로 쓰는가. 숙련은 이 둘 사이에서 갈린다.
“피드백이 없으면—스스로에게서든 남에게서든—무엇을 고쳐야 할지 알 수 없다. 의식적 연습은 어려움과 피드백과 교정을 되풀이하는 일이다.” (요지 · Anders Ericsson, Peak, 2016)
Section Ⅲ · Choose Difficulty어려움을 고르는 설계
모든 어려움을 없애면
숙련도 함께 사라진다
숙련을 지키는 일은 AI를 멀리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 씨름하고 어디서 도움을 받을지, 그 선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 설계를 세우려면 다음을 통과해야 한다.
AI가 지름길을 값싸게 만들수록, 숙련은 일부러 고른 어려움에서만 자란다. 도구는 어려움을 없앨 수 있지만, 없앤 어려움은 실력도 함께 가져간다.
이 편은 Vol. 11의 개인편이다. 도제의 사다리가 조직의 문제라면, 숙련은 한 사람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사다리를 다시 세워도(Vol. 11) 그 위에서 스스로 씨름하지 않으면, 오르는 사람은 자라지 않는다.
지름길은 도구가 주고, 어려움은 사람이 고른다. 숙련을 지키는 리더는 모든 어려움을 없애 주지 않는다. 자랄 만한 어려움을, 자랄 사람 앞에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