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6 · Synergy or Augmentation 판단 · Deep read
Vaccaro, Almaatouq & Malone · Nature Human Behaviour (2024)

나아졌다는 말은
무엇을 기준으로
한 말인가
실험 106건에서 효과크기 370개를 모았다. 사람과 AI를 합친 쪽은 사람 혼자보다 나았다. 그러나 사람과 AI 가운데 더 나은 쪽과 견주면 평균적으로 못했다. 두 문장 모두 같은 자료에서 나온다.

조직이 AI 도입을 평가할 때 쓰는 기준선은 대개 하나다. 도입 전의 우리다. 그 기준이라면 답은 거의 항상 '나아졌다'로 나온다. 연구진이 쓴 다른 기준선은 사람과 AI 가운데 더 잘하는 쪽이었다. 기준을 바꾸자 평균은 마이너스가 됐다. 무엇과 비교할지를 정하는 일이 곧 판단이다.

Two Baselines두 개의 기준선
Decide or Create결정하는 일과 만드는 일
The Design Few Tried거의 해 보지 않은 설계
원전
Better Than What Vaccaro, Almaatouq & Malone, Nature Human Behaviour 8(2024) 2293–2303
Previously on Vol. 55
혼자가 팀만큼 했다AI를 쓴 한 사람이 AI 없는 두 사람 팀과 같은 품질을 냈다. 그러면 팀은 무엇을 위해 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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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 이 글에서의 정의
증강과 시너지 Augmentation & Synergy

둘 다 '합쳐서 나아졌다'는 말이지만 비교 대상이 다르다. 증강은 사람과 AI를 합친 쪽이 사람 혼자보다 나은 경우다. 시너지는 합친 쪽이 사람 혼자와 AI 혼자 가운데 더 나은 쪽보다도 나은 경우다. 조직이 보고서에 쓰는 '개선'은 대개 앞쪽이고, 실제로 궁금한 것은 뒤쪽이다.

Section Ⅰ · Two Baselines두 개의 기준선

나아졌다는 말은
무엇을 기준으로 한 말인가

AI 도입 효과를 재는 자리에서 거의 언제나 쓰이는 기준선이 하나 있다. 도입하기 전의 우리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보고서를 쓰는 데 몇 시간이 덜 들었는지, 처리 건수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센다. 이 기준이라면 답은 대체로 '나아졌다'로 나온다. 그리고 그 답은 틀린 답이 아니다.

다만 그 기준선이 유일한 기준선은 아니다. 2024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연구진이 내놓은 메타분석은 같은 자료를 두 개의 기준선으로 읽으면 결론이 어떻게 갈리는지를 보여 준다. 연구진은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 사이에 발표된 논문 5,126편을 훑어 조건을 갖춘 74편을 골랐고, 거기서 실험 106건과 효과크기 370개를 모았다. 분석 계획은 미리 등록했다.

연구진이 쓴 첫 번째 기준선은 사람 혼자다. 이 기준으로 보면 사람과 AI를 합친 쪽은 분명히 나았다. 연구진은 이것을 증강이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조직이 보고 있는 숫자가 바로 이 숫자다.

두 번째 기준선이 다르다. 사람 혼자와 AI 혼자 가운데 더 잘한 쪽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쪽이 상식적인 질문에 가깝다. 둘을 합치는 수고를 들였다면, 적어도 둘 중 나은 하나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기준에서 평균은 마이너스였다. Hedges' g = −0.23(95% 신뢰구간 −0.39~−0.07, p = 0.005). 합친 쪽이 더 나은 하나보다 평균적으로 못했다는 뜻이다.

사례로 옮기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고객 문의를 분류하는 일을 생각해 보자. 담당자 혼자 하면 정확도가 70%, 분류 모델만 돌리면 85%, 모델이 제안하고 담당자가 확인하면 80%가 나왔다고 하자. 도입 전과 비교하면 10%포인트가 올랐으니 성공이다. 그런데 모델만 돌렸을 때보다는 5%포인트 낮다. 사람이 확인하는 단계가 정확도를 깎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기준선만 보는 조직은 이 사실을 끝내 모른다.

두 문장은 모두 참이고 같은 자료에서 나온다. 사람은 AI를 쓰면서 나아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둘 중 나은 쪽에 못 미쳤다. 어느 쪽을 보고할지는 자료가 정해 주지 않는다. 기준선을 고르는 사람이 정한다.

Experiments
106건
논문 5,126편을 훑어 추린 74편에서 모은 실험. 효과크기는 370개다
Synergy
−0.23
둘 중 나은 쪽을 기준으로 한 평균 효과크기. 95% 신뢰구간 −0.39~−0.07
Decisions
−0.27
결정하는 과제에서의 효과크기(p = 0.002). 손해가 분명했다
Delegation
3/106
사람과 AI에게 하위 과제를 미리 나눠 맡긴 실험 수. 거의 시험되지 않은 설계다

Section Ⅱ · Decide or Create결정하는 일과 만드는 일

평균 뒤에 가려진
두 종류의 과제

평균이 마이너스라고 해서 모든 곳에서 손해가 났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이 과제를 둘로 나누자 방향이 갈렸다. 보기 중에서 고르거나 맞다 틀리다를 가리는 결정 과제에서는 손해가 분명했다(g = −0.27, p = 0.002). 반면 글이나 그림처럼 열린 결과물을 만드는 과제에서는 이득 쪽으로 기울었다(g = 0.19). 다만 만드는 과제의 표본이 34개로 작아 그 자체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유의했던 것은 두 종류 사이의 차이였다.

왜 결정에서 손해가 나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결정 과제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대개 AI의 답을 받아 그대로 쓸지 말지를 고르는 것이다. 이때 사람이 보태는 것은 선택 하나뿐인데, 그 선택이 틀릴 수 있다. AI가 맞혔는데 사람이 뒤집으면 손해고, AI가 틀렸는데 사람이 그대로 두면 역시 손해다. Vol. 50에서 본 것처럼 따져 보는 정도를 가르는 것은 답의 품질이 아니라 그 순간의 신뢰다. 만드는 과제는 다르다. 사람이 보태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재료와 방향이라, 합쳐질 여지가 넓다.

방향을 정한 요인이 하나 더 있다. 그 일에서 원래 누가 더 잘했느냐다. 사람이 AI보다 잘하던 일에서는 합친 쪽이 이겼고, AI가 사람보다 잘하던 일에서는 합친 쪽이 졌다. 이 결과가 실무에 주는 지침은 단순하다. 사람을 어디에 넣을지 정하기 전에 둘 중 어느 쪽이 그 일을 더 잘하는지를 먼저 재어 봐야 한다. 재어 보지 않고 사람을 끼워 넣으면 확인이 아니라 잡음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은 이 측정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최종 확인을 하니까 더 나아질 것이라고 가정하고 넘어간다. Vol. 41에서 본 형식적 감독이 여기서 다시 나타난다. 사람을 넣는 것 자체는 안전장치가 아니다. 안전장치가 되려면 그 사람이 그 일에서 기계보다 나아야 한다.

Three Moves Before You Claim Improvement
나아졌다고 말하기 전의 세 가지
01
기준선을 밝힌다
Name the Baseline · 무엇과 비교했는지 함께 적는다
'도입 전 대비'인지 '사람 혼자 대비'인지 '둘 중 나은 쪽 대비'인지를 보고서에 적는다. 적어 두면 과장도 줄고, 다음에 같은 자로 잴 수 있다.
02
둘을 따로 재 본다
Measure Both Alone · 합치기 전에 각각을 잰다
같은 과제를 사람만, AI만, 그리고 함께 처리해 보고 셋을 비교한다. 이 측정 없이는 사람을 넣는 것이 도움인지 방해인지 끝내 알 수 없다.
03
결정과 생성을 가른다
Split the Task · 고르는 일과 만드는 일을 나눈다
초안을 만드는 구간에는 넓게 쓰고, 맞다 틀리다를 가리는 구간에는 좁게 쓴다. 두 구간을 한 흐름으로 묶어 두면 손해가 이득에 가려진다.

Section Ⅲ · The Design Few Tried거의 해 보지 않은 설계

왜 대부분의 실험은
같은 모양이었나

이 메타분석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다. 실험 106건 가운데 사람과 AI에게 하위 과제를 미리 나눠 맡긴 설계는 3건뿐이었다. 효과크기로는 4개다. 나머지 대부분은 같은 모양이었다. AI가 답이나 조언을 내놓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받아들일지 말지를 정하는 구조다.

그 3건에서는 시너지가 양수로 나왔다(g = 0.22). 다만 표본이 너무 작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고, 연구진도 결론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그러니 이 숫자를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대신 읽어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비어 있는 자리다. 나누어 맡기는 설계는 아직 거의 시험되지 않았다.

이 공백이 리더에게는 기회다. 지금 대부분의 조직이 쓰는 방식도 실험들과 같은 모양이기 때문이다. AI가 초안을 내고 사람이 검토한다. 이 구조에서는 사람이 보태는 것이 선택 하나로 줄어들고, 메타분석이 보여 준 손해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Vol. 14에서 코칭을 과업 단위로 쪼개 역할을 나눴던 것처럼, 한 덩어리로 넘기는 대신 공정을 쪼개 각 구간을 누가 맡을지 정하는 편이 낫다.

예를 들어 보자. 계약서를 검토하는 일을 통째로 맡기고 사람이 최종 확인하는 대신, 조항을 뽑아내는 구간은 기계에, 위험의 크기를 가늠하는 구간은 사람에, 표현을 다듬는 구간은 다시 기계에 맡기는 식이다. 구간마다 누가 더 잘하는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누면 Vol. 55에서 본 질문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어느 구간에 사람을 모아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이 연구의 한계를 적어 둔다. 대상이 된 실험은 2023년 6월까지 발표된 것들이라, 그 뒤로 빠르게 달라진 모델의 성능은 반영되지 않았다. 과제도 대체로 짧은 실험실 과제였다. 그러므로 이 결과를 '사람을 빼라'거나 '합치지 말라'로 읽으면 안 된다. 읽어야 할 것은 하나다. 합치면 나아질 것이라는 가정은 자료로 뒷받침되지 않았으니, 가정하지 말고 재어 보라는 것이다.

Before You Insert a Human · 사람을 끼워 넣기 전에
확인할 다섯 질문
01
이 개선은 무엇과 비교한 것인가?
도입 전과 비교한 수치인지, 둘 중 나은 쪽과 비교한 수치인지를 구분한다. 앞의 것만 보면 거의 언제나 성공으로 보인다.
02
사람만, 기계만 해 본 적이 있는가?
같은 과제를 세 조건으로 돌려 본 기록이 없다면 비교할 기준선 자체가 없는 것이다.
03
이 일은 고르는 일인가 만드는 일인가?
맞다 틀리다를 가리는 구간과 새로 만들어 내는 구간은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 한 흐름으로 묶어 두면 구분이 사라진다.
04
사람이 보태는 것이 선택 하나뿐인가?
받아들일지 말지만 고르는 구조라면 사람은 안전장치가 되지 못한다. 무엇을 더하는지 적을 수 있어야 한다(Vol. 41).
05
공정을 쪼개 역할을 정했는가?
통째로 넘기고 끝에서 확인하는 대신, 구간별로 누가 맡을지 정한다. 거의 시험되지 않은 설계가 바로 여기다.

이 메타분석이 불편한 이유는 결과가 나빠서가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쉬운 기준선만 써 왔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도입 전과 비교하면 거의 모든 도입이 성공이 된다. 그 비교로는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리더가 물어야 할 질문은 짧다. 이 일을 사람만, 기계만 시켰다면 각각 어땠을까. 답을 모른다면 지금 쓰고 있는 조합이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Synthesis · Vol. 56

같은 자료가 기준선에 따라
반대로 읽힌다

사전등록된 메타분석이다.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 사이에 나온 실험 106건에서 효과크기 370개를 모았다. 연구진은 두 가지를 나눠서 쟀다. 하나는 증강이다. 사람과 AI를 합친 쪽이 사람 혼자보다 나은가. 여기서는 분명한 이득이 확인됐다. 다른 하나는 시너지다. 합친 쪽이 사람 혼자와 AI 혼자 가운데 더 나은 쪽보다도 나은가. 이 기준에서는 평균이 마이너스였다(Hedges' g = −0.23, 95% 신뢰구간 −0.39~−0.07).

과제의 종류가 결과를 갈랐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과제에서는 손해가 났고(g = −0.27, p = 0.002),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과제에서는 이득 쪽으로 기울었다(g = 0.19, 다만 표본이 작아 유의하지는 않음). 방향을 정한 것은 하나 더 있다. 사람이 AI보다 잘하던 일에서는 합친 쪽이 이겼고, AI가 사람보다 잘하던 일에서는 합친 쪽이 졌다. 그러니 먼저 할 일은 둘 중 어느 쪽이 그 일을 더 잘하는지 재어 보는 것이다.

Human-AI Synergy · 2020–2023 — Leadership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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