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아진다
1969년에 나온 농담 섞인 명제다. 조직에서 사람은 자기가 무능해지는 자리까지 승진한다는 것이다. 오래 회자됐지만 근거는 없었다. 잘하던 사람이 승진 뒤 못하는 장면은 흔한데, 그것이 자리가 달라서인지 사람이 한계에 닿아서인지 구분할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편이 읽는 연구는 그 구분을 자료로 시도한다.
Section Ⅰ · Two Jobs at Once한 제도가 하는 두 일
상으로 주는 자리와
맡기는 자리가 같다
Vol. 74에서 같은 자리를 밖에서 사 오는 것보다 안에서 올리는 편이 싸고 낫다는 자료를 봤다. 외부 영입자는 18% 더 받고 첫 2년 덜 해내고 더 자주 나갔다. 그 결론을 받아들이면 바로 다음 질문이 온다. 그러면 안에서 누구를 올릴 것인가.
대부분의 조직에서 답은 정해져 있다. 지금 가장 잘하는 사람이다. 공정해 보이고, 설명하기 쉽고, 반발이 적다. 성과를 냈는데 올려 주지 않으면 그 사람이 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 결정에는 두 가지 일이 겹쳐 있다. 하나는 상이다. 잘한 사람에게 주는 보상이고, 그 상이 걸려 있어야 아래에서 열심히 한다. 다른 하나는 배치다. 어제까지와 다른 일을 맡기는 결정이다. 영업을 하던 사람에게 영업하는 사람들을 관리하게 하는 것은 같은 일의 확대가 아니라 다른 일로의 이동이다.
두 일은 서로 다른 기준을 필요로 한다. 상의 기준은 과거의 성과여야 공정하다. 배치의 기준은 앞으로 할 일의 적합성이어야 맞는다. 조직에는 이 둘을 따로 처리할 제도가 대개 없고, 하나의 승진이 두 기능을 겸한다. 겸하면 둘 중 하나는 양보된다.
앨런 벤슨과 대니엘 리, 켈리 슈는 어느 쪽이 양보되는지를 자료로 확인했다. 131개 기업 영업직의 개인 단위 성과 자료를 썼다. 영업직을 고른 이유는 분명하다. 개인의 성과가 숫자로 남고, 관리자가 된 뒤의 성과도 부하들의 숫자로 남는다. 승진 전과 후를 같은 자로 잴 수 있는 드문 직군이다.
Section Ⅱ · What the Data Said자료가 말한 것
쓰는 기준이
약한 신호였다
자료가 보여 준 첫 번째는 예상대로다. 기업은 승진 결정에서 현재 직무의 성과를 우선한다. 영업을 잘하면 올라간다.
두 번째가 본론이다. 관리자로서의 성과를 더 잘 예측하는 관찰 가능한 특성들이 따로 있었다. 관찰 가능하다는 말이 중요하다. 조직이 볼 수 없는 숨은 자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사 자료 안에 있는데 승진 결정에서 덜 쓰이는 정보가 있다는 뜻이다. 쓸 수 있는 더 나은 신호를 두고 약한 신호를 앞세운 것이다.
저자들은 그렇게 올린 사람들의 비용이 크다고 추정한다. 그리고 해석을 닫지 않고 둘로 열어 둔다. 기업이 비효율적인 승진 결정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승진을 상으로 걸어 얻는 유인의 값이 관리 부적합의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크거나다.
이 열어 둠이 이 연구를 쓸모 있게 만든다. 잘하는 사람을 올리지 말라는 결론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상으로서의 승진에는 실제 값이 있다. 그 값이 없으면 아래에서 덜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이 떠난다. 문제는 값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거래를 아무도 계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는 관리자 한 자리의 성과를 내주고 영업직 전체의 동기를 사고 있는데, 그렇게 적힌 문서는 어디에도 없다.
Vol. 68에서 선발 도구의 예측력이 다시 계산된 이야기를 했다. 경력 연수의 타당도가 .07이었다. 밖에서 사람을 고를 때 우리가 쓰는 신호가 생각만큼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연구는 같은 문제가 안쪽에도 있다고 말한다. 외부 지원자에게는 이력서밖에 없어서 약한 신호를 쓴다지만, 내부 승진에서는 그 사람에 대해 거의 전부를 알면서도 가장 눈에 띄는 숫자 하나를 앞세운다.
지금 이 문제가 커질 이유도 있다. AI가 개인의 산출을 끌어올리면 현재 성과라는 신호가 더 시끄러워진다. 도구를 빨리 익혀 산출을 두 배로 늘린 사람과, 다른 사람의 일을 설계하고 막힌 데를 풀어 줄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승진 자료에 남는 숫자는 앞의 것이다.
Section Ⅲ · What Firms Already Do이미 하고 있는 완화
비용이 클 때는
기준을 바꾸고 있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실무적인 발견은 기업의 행동 쪽에 있다. 자료 안의 기업들은 이 비용을 완전히 모르고 있지 않았다. 두 가지 조건에서 승진 결정의 기준을 조정하고 있었다.
첫째, 관리 역할이 더 큰 책임을 수반할 때 영업 실적의 비중을 낮췄다. 관리 부적합의 대가가 큰 자리일수록 과거 성과에 덜 기대고 다른 것을 본다는 뜻이다. 비용이 커지면 기준이 정교해진다.
둘째, 현장 직원이 강한 성과급으로 이미 동기부여돼 있을 때도 영업 실적의 비중을 낮췄다. 이쪽이 더 흥미롭다. 승진이 유일한 당근이 아니라면 승진을 상으로 쓸 필요가 줄고, 그만큼 배치의 기준으로 쓸 여지가 생긴다. 두 기능이 겹쳐 있던 자리에서 하나를 다른 제도가 맡아 주면 나머지 하나가 제 일을 한다.
이 두 조건이 리더에게 주는 실행 지침은 분명하다. 승진 말고 잘한 사람에게 줄 것이 있는지 보라는 것이다. 보상, 직급, 재량, 좋은 과제의 우선권 같은 것들이다. 그런 경로가 없는 조직에서는 승진이 유일한 보상 수단이 되고, 그러면 배치는 언제나 양보된다. 관리 적합성을 보는 안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도가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아서다.
Vol. 69에서 조직이 재능을 어떻게 보는지가 규범을 만든다고 썼다. 승진 기준은 그 믿음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서식이다. 현재 성과만 보는 기준은 사람의 현재 양을 재는 기준이고, 직원들은 그 서식을 읽는다. 읽고 나면 지금 숫자가 되는 일에 시간을 몰고, 숫자가 되지 않는 일에서 손을 뗀다. Vol. 73에서 본 비승진 과제의 쏠림이 여기서 한 번 더 강화된다.
이 연구의 조건도 적어 둔다. 영업직이라는 특정 직군이고, 개인 성과가 숫자로 깨끗하게 남는다는 성질 덕분에 분석이 가능했다. 그 성질 때문에 결과가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 성과가 선명한 직군일수록 그 숫자에 기대기 쉽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과가 흐릿한 직군에서는 다른 종류의 약한 신호, 이를테면 눈에 띄는 발표나 임원과의 거리 같은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신호의 종류가 다를 뿐 구조는 같다.
그러니 이 편의 요구는 승진 기준을 정교하게 만들라는 쪽보다 앞에 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사고 무엇을 내주고 있는지 한 번 적어 보라는 것이다. 적고 나면 그 거래를 계속할지 말지는 정할 수 있다. 적지 않으면 매번 같은 선택을 하면서 선택한 적 없다고 느끼게 된다.
피터의 원리는 오래 농담이었다. 농담으로 남아 있을 때는 사람 이야기였다. 누구는 거기까지였다는 식이다. 자료로 보면 사람 이야기가 아니다. 제도가 하나의 결정으로 두 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고, 그 둘이 다른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다.
그래서 고칠 자리도 사람이 아니다. 잘한 사람에게 줄 것을 승진 말고 하나 더 만드는 일, 그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다른 신호를 기준에 적어 넣는 일이다. 둘 다 안목의 문제가 아니라 서식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