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7 · Goodhart's Law 판단 · Deep read
Goodhart (1975) · Campbell (1979) · Strathern (1997)

지표가 목표가 되면
그 지표는
망가진다
1975년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통화 정책에서 발견한 법칙이다. 관리의 수단으로 압력을 가하는 순간 그 통계는 무너진다. 50년 뒤, 같은 일이 AI 사용률이라는 지표에서 벌어지고 있다.

조직은 AI 도입을 재고 싶어 한다. 재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재기 쉬운 것을 고른다. 얼마나 쓰는가다. 문제는 그 숫자가 평가에 들어가는 순간 사람들이 숫자를 만들기 시작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같은 조직 안에서 평가자는 AI를 쓴 사람을 깎고 있다.

When a Measure Becomes a Target지표가 목표가 될 때
Two Signals두 개의 신호
What the Metric Produced지표가 만들어 낸 것
원전
Measured Into Meaninglessness 굿하트의 법칙 · Reif 외(PNAS 2025) · 기업 사례(2025–2026)
Previously on Vol. 56
무엇과 비교했는가AI를 쓴 사람은 혼자일 때보다 나아졌다. 그런데 둘 중 더 나은 쪽과 견주면 평균적으로 못했다. 기준선이 답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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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 이 글에서의 정의
굿하트의 법칙 Goodhart's Law

어떤 숫자를 관리의 수단으로 삼아 압력을 가하면 그 숫자가 원래 말해 주던 것을 더 이상 말해 주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숫자를 속여서가 아니다. 숫자를 올리는 쪽으로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표는 보통 조용히 망가진다.

Section Ⅰ · When a Measure Becomes a Target지표가 목표가 될 때

재기 시작하면
재는 대상이 달라진다

1975년,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가 통화 정책을 두고 한 문장을 적었다. 관찰된 어떤 통계적 규칙성이든 관리의 목적으로 압력을 받으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맥락은 좁았다. 중앙은행이 통화량 지표 하나를 목표로 삼자, 그 지표와 물가 사이에 있던 관계가 흐트러지던 상황이었다.

이 관찰이 넓게 쓰이게 된 것은 1997년이다. 인류학자 메릴린 스트래선이 영국 대학 평가 제도를 다루면서 같은 생각을 한 문장으로 줄였다. 지표가 목표가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좋은 지표가 아니다. 오늘날 굿하트의 법칙으로 인용되는 문장은 대개 이 축약본이다.

비슷한 시기에 심리학자 도널드 캠벨은 더 날카로운 쪽을 짚었다. 어떤 양적 지표든 사회적 결정에 많이 쓰일수록 왜곡 압력을 더 받고, 그 지표가 관찰하려던 과정 자체를 망가뜨리기 쉽다는 것이다. 굿하트가 지표의 쓸모가 사라진다고 했다면, 캠벨은 재는 행위가 대상을 훼손한다고 했다. 둘을 합치면 이렇게 된다. 재면 바뀌고, 바뀐 뒤에는 그 숫자로 알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

교실이 흔한 예다. 시험 점수는 원래 학습의 상태를 알려 주는 신호였다. 그 점수가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자 수업이 시험에 맞춰 바뀌었다. 점수는 올랐고, 그 점수가 학습을 말해 주는 정도는 떨어졌다. 아무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아도 이 일은 일어난다.

Goodhart
1975
통화 정책에서 처음 적힌 해. 1997년 스트래선이 지금의 한 문장으로 줄였다
Penalty
4,439명
AI를 썼다고 알려진 사람의 역량·성실성 평가가 깎인다는 것을 보인 사전등록 실험 4건의 참가자 수
Mandated
2026
메타가 'AI가 만든 성과'를 전 직군의 핵심 기대치로 삼겠다고 밝힌 시점
Shopify
6%↓
AI 우선 규칙을 건 해의 인원 변화(약 8,100명 → 7,600명). 같은 기간 매출은 약 30% 늘었다

Section Ⅱ · Two Signals두 개의 신호

쓰라고 하면서
쓴 사람을 깎는다

2025년부터 큰 회사들이 AI 사용을 평가 안으로 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사업부는 AI 사용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고 알리며 관리자에게 평가에 반영하라고 했다. 쇼피파이는 인원을 더 요청하기 전에 그 일을 AI로 할 수 없는 이유를 먼저 증명하라고 했고, AI 사용을 동료 평가 항목에도 넣었다. 메타는 2026년부터 'AI가 만든 성과'를 전 직군의 핵심 기대치로 삼겠다고 했다.

동기는 이해할 만하다. 도입은 선언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평가에 걸리지 않은 권고는 바쁜 일정 앞에서 밀린다. 그래서 가장 재기 쉬운 숫자를 고른다. 얼마나 쓰는가다. 결과를 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해석도 어려운 반면, 사용량은 오늘 당장 셀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조직 안에서 반대 방향의 신호가 흐르고 있다. 2025년 PNAS에 실린 연구는 사전등록 실험 4건에서 참가자 4,439명을 분석해, AI를 썼다고 알려진 사람이 역량과 성실성 평가에서 깎인다는 것을 보였다. 사람들은 그 벌점을 예상하기도 했고, 실제로 받기도 했다. 채용 후보를 고르는 판단에도 영향이 있었다.

직원의 자리에서 보면 신호가 둘이다. 회사는 쓰라고 하고, 사람은 쓴 티를 내면 깎는다. 이 둘이 동시에 작동할 때 합리적인 선택은 하나로 좁혀진다. 쓰되 숨긴다. Vol. 52에서 다룬 그림자 AI가 생기는 경로가 여기에도 있다. 그때는 금지가 기록을 없앴다면, 이번에는 평가가 기록을 왜곡한다. 사용률 숫자는 올라가는데 그 숫자가 가리키는 현실은 흐려진다.

작은 조직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주간 보고서에 'AI 활용' 칸이 하나 생겼다고 해 보자. 첫 달에는 실제로 쓴 사례가 올라온다. 둘째 달부터는 칸을 채우기 위한 사례가 올라온다. 셋째 달이면 쓰지 않아도 될 자리에 굳이 쓴 일이 보고된다. 칸은 꾸준히 채워지고, 그 칸을 읽는 리더는 도입이 잘되고 있다고 읽는다. 아무도 거짓을 적지 않았는데 그 칸이 알려 주던 것은 사라졌다.

지표가 둘로 갈라지는 문제도 있다. Vol. 54에서 본 것처럼 경력 연수는 실력을 거의 설명하지 못하는 지표였다. 그것은 타당성의 문제였다. 지금 이야기는 다르다. AI 사용량은 처음에는 꽤 쓸 만한 신호일 수 있다. 다만 평가에 걸리는 순간 그 타당성이 스스로 줄어든다. 재기 전에는 맞던 자가 재기 시작하면서 휜다.

Three Rules Before You Attach a Metric
지표를 평가에 걸기 전의 세 가지
01
배우는 지표와 매기는 지표를 나눈다
Learn or Judge · 같은 숫자를 두 용도로 쓰지 않는다
사용량은 어디서 막히는지 보려고 보는 숫자다. 그 숫자가 고과에 걸리는 순간 성격이 바뀐다. 둘을 분리하고, 분리했다는 사실을 공개한다.
02
망가지는 방식을 미리 적는다
Name the Gaming · 어떻게 올릴 수 있는지 먼저 센다
지표를 걸기 전에 이 숫자를 실질 없이 올릴 방법을 세 가지만 적어 본다. 적히지 않는 지표는 드물고, 적어 두면 어디를 함께 봐야 할지가 보인다.
03
짝이 되는 지표를 함께 건다
Pair It · 속도에는 품질을, 양에는 재작업을
하나만 걸면 그쪽으로만 기운다. 산출량 옆에 반려율을, 처리 속도 옆에 재문의율을 둔다. 한쪽을 올리려다 다른 쪽이 나빠지면 바로 보인다.

Section Ⅲ · What the Metric Produced지표가 만들어 낸 것

규칙은 작동했다
그래서 문제가 됐다

쇼피파이의 사례가 이 법칙의 전 과정을 보여 준다. 2025년 4월, 대표 토비 뤼트케는 AI를 쓰는 것이 기본 기대치라고 선언했다. 규칙은 작동했다. 사내 도입은 빠르게 늘었고, 지금은 상당수의 코드 변경이 사내 AI 도구에서 시작된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2026년 9월, 같은 사람이 한 팟캐스트에서 자신이 만든 규칙의 부작용을 이야기했다. 그는 검토되지 않은 AI 초안이 동료에게 그대로 넘어가는 현상을 가리켜 슬롭 그레네이드라고 불렀다. AI에게 결과물을 받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다음 사람에게 넘기면, 받은 사람은 그것을 추리려고 다시 AI를 쓴다. 아무도 시간을 아끼지 못했고 일만 아래로 옮겨 갔다는 것이다.

굿하트가 말한 그대로다. 사용량을 올리라고 했더니 사용량이 올랐다. 다만 그 숫자가 처음에 가리키려 했던 것, 곧 일이 더 잘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함께 오르지 않았다. 지표는 성공했고 목적은 밀려났다.

그러면 무엇을 재야 하는가. 정직한 답은 결과를 재야 한다는 것이고, 더 정직한 답은 결과가 재기 어렵다는 것이다. 바로 그 어려움 때문에 조직은 사용량 같은 대리 지표로 돌아간다. 그래서 현실적인 선택은 지표를 완벽하게 만드는 쪽이 아니라, 지표가 망가진다는 것을 전제로 운영하는 쪽이 된다. 짧은 주기로 바꾸고, 짝을 지어 걸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판단과는 떼어 놓는다.

마지막으로 책임의 자리를 짚어 둔다. 슬롭 그레네이드에서 문제가 된 것은 AI가 나쁜 초안을 썼다는 점이 아니다. 초안을 읽지 않고 넘긴 사람이 그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Vol. 26에서 정리한 원칙이 여기서도 같다. 도구에 작업은 맡겨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넘어가지 않는다. 그 책임이 분명하면 사용량 숫자는 덜 중요해진다.

Before It Goes in the Review · 평가에 넣기 전에
확인할 다섯 질문
01
이 숫자를 실질 없이 올릴 방법이 있는가?
세 가지를 적어 본다. 쉽게 적힌다면 그 지표는 걸리는 순간부터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
02
배우려고 보는 숫자인가 매기려고 보는 숫자인가?
같은 숫자를 두 용도로 쓰면 앞의 용도가 먼저 죽는다. 어느 쪽인지 정하고 공개한다.
03
짝이 되는 지표가 있는가?
양에는 재작업률, 속도에는 품질 지표를 함께 둔다. 하나만 걸면 반드시 그쪽으로 기운다.
04
쓰라고 하면서 쓴 사람을 깎고 있지는 않은가?
평가자들이 AI를 쓴 결과물을 어떻게 보는지 확인한다. 두 신호가 어긋나면 사람들은 숨기는 쪽을 고른다(Vol. 38·52).
05
넘긴 결과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읽지 않고 넘긴 초안의 책임이 분명한가. 책임이 자리 잡으면 사용량 숫자는 덜 중요해진다(Vol. 26).

지표를 걸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재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도 대체로 맞다. 다만 재는 행위가 대상을 바꾼다는 사실까지 계산에 넣어야 한다. 좋은 지표를 찾는 일보다, 지금 쓰는 지표가 어떻게 망가질지를 먼저 적어 두는 일이 보통 더 쓸모 있다.

리더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이 숫자가 오르면 나는 무엇을 알게 되는가. 답이 "사람들이 이 숫자를 올렸다는 것"뿐이라면, 그 지표는 걸기 전에 이미 망가져 있다.

Synthesis · Vol. 57

쓰라고 하면서
쓴 티를 내면 깎는다

2025년부터 여러 회사가 AI 사용을 평가에 넣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사용이 선택이 아니라고 알리며 관리자에게 평가에 반영하라고 했고, 쇼피파이는 인원을 더 요청하기 전에 AI로 안 되는 이유를 증명하라고 했으며, 메타는 2026년부터 'AI가 만든 성과'를 전 직군의 핵심 기대치로 삼는다고 했다. 재면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1975년 굿하트가 통화 정책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관리의 수단으로 압력을 가하면 그 통계는 무너진다.

같은 조직 안에서 반대 방향의 신호도 흐른다. 사전등록 실험 4건·참가자 4,439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AI를 썼다고 알려진 사람은 역량과 성실성 평가에서 깎였다. 직원이 받는 신호는 둘이다. 쓰라고 하면서, 쓴 티를 내면 깎는다. 남는 선택은 하나뿐이다. 쓰되 숨긴다. 쇼피파이 대표는 2026년 가을, 자신이 건 그 규칙이 검토 없이 떠넘겨지는 초안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Goodhart's Law · 1975–2026 — Leadership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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