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리에 섰다
자기 전공 바깥의 지식을 끌어와 쓰는 일을 말한다. 조직에서 팀을 꾸리는 가장 오래된 이유이기도 하다. 혼자서는 한쪽만 보이니 다른 쪽을 아는 사람을 옆에 앉힌다. 이 글에서 묻는 것은 하나다. 그 일을 사람이 아닌 도구가 대신하기 시작하면, 옆자리는 왜 남는가.
Section Ⅰ · One Matched Two혼자가 둘을 따라잡았다
팀이 하던 일을
혼자 하게 되면
2024년 여름, 프록터앤드갬블에서 하루짜리 제품 개발 워크숍이 열렸다. 참가자는 상업 부문과 연구개발 부문의 실무 전문가들이었고, 과제는 실제로 그 사업부가 그때 풀고 있던 문제였다. 연구진은 참가자 776명을 네 조건에 무작위로 배정했다. 혼자 AI 없이, 혼자 AI와 함께, 2인 팀으로 AI 없이, 2인 팀으로 AI와 함께.
이 실험을 눈여겨볼 만한 이유는 설계에 있다. 실험실에서 학생들에게 가상의 과제를 준 것이 아니라, 회사가 그때 실제로 풀고 있던 문제를 오래 일한 실무자들에게 맡겼다. 분석 계획은 미리 등록해 두었고 배정은 무작위였다. 같은 연구진이 Vol. 32에서 다룬 컨설팅 회사 실험을 했던 팀이기도 하다. 그때의 질문이 'AI를 언제 끌 것인가'였다면, 이번 질문은 AI가 있는데도 팀은 왜 남는가에 가깝다.
결과를 비교할 기준선은 혼자 AI 없이 일한 조건이다. 먼저 팀의 효과가 예상대로 나왔다. AI 없는 2인 팀은 기준선보다 0.24 표준편차 나은 해법을 냈다. 서로 다른 전공이 붙으면 결과가 좋아진다는, 조직이 오래 믿어 온 명제가 실험 안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그다음 숫자가 이 연구를 알려지게 만들었다. AI를 쓴 개인은 기준선보다 0.37 표준편차 나았다. 2인 팀보다 높다. 한 사람이 도구 하나를 들고 두 사람 몫을 해냈다는 뜻이다. 팀이 AI까지 쓰면 0.39였는데, AI를 쓴 개인과 통계적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작업 시간도 줄었다. 개인은 16.4%, 팀은 12.7% 덜 걸렸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결론이 간단해 보인다. 팀을 줄이고 각자에게 도구를 주면 된다는 쪽이다. 실제로 많은 조직이 지금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같은 논문 안에 그 결론을 막는 숫자가 하나 더 있다. 그 이야기는 세 번째 절에서 한다.
Section Ⅱ · The Wall Came Down전공의 벽이 낮아졌다
옆자리에 앉히던 이유가
도구로 옮겨 갈 때
두 번째 결과가 더 흥미롭다. 연구진은 참가자가 낸 해법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를 분류했다. AI가 없을 때는 예상대로였다. 연구개발 인력은 기술적인 해법을 내놓았고, 상업 인력은 상업적인 해법을 내놓았다. 각자 자기가 아는 쪽으로 기운 것이다.
2인 팀은 이 기울기를 바로잡았다. 두 전공이 붙으니 양쪽이 섞인 균형 잡힌 해법이 나왔다. 조직이 교차 기능 팀을 만드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AI를 쓴 개인도 같은 수준의 균형에 도달했다. 자기 배경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연구진은 AI가 단순한 정보 제공자를 넘어 경계를 넘게 해 주는 장치로 작동했다고 정리했다.
이 결과는 조직 설계의 오래된 전제 하나를 흔든다. 지금까지 사일로를 넘는 방법은 사람을 섞는 것이었다. 회의에 다른 부서를 부르고,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자리를 옮겨 앉혔다. 비용이 큰 방법이다. 일정을 맞춰야 하고, 서로의 언어를 배워야 하고, 조율에 시간이 든다. AI는 그 비용을 크게 낮췄다. 옆자리에 사람을 앉히지 않아도 옆 전공의 시야를 빌릴 수 있게 됐다.
조직 운영으로 옮기면 이렇게 읽힌다. 교차 기능 회의의 상당수는 정보를 옮기려고 열린다. 다른 부서가 무엇을 아는지 듣고 내 쪽 계획에 반영하려는 자리다. 이 실험대로라면 그런 목적의 회의는 줄여도 된다. 대신 줄인 시간을 서로의 안을 부딪치는 자리로 옮기는 편이 낫다. 정보를 옮기는 일은 도구가 하고, 사람은 판단을 겨룬다.
다만 여기서 조심할 것이 하나 있다. 균형 잡혔다는 말은 다양하다는 말과 다르다. Vol. 22에서 본 것처럼, AI는 각자의 아이디어를 좋게 만들면서 동시에 모두의 아이디어를 서로 닮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 실험에서도 모든 참가자가 같은 도구로 균형을 찾았다. 전공의 벽이 낮아진 자리에 그 도구의 기본값이 들어왔을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벽이 사라진 것과 모두가 같은 쪽을 보게 된 것은 겉으로 비슷해 보인다.
Section Ⅲ · What Only Teams Did팀에서만 나온 것
평균은 혼자서도 났다
그 위는 아니었다
앞서 미뤄 둔 숫자를 꺼낼 차례다. 연구진은 제출된 모든 해법 가운데 상위 10%에 드는 것이 어느 조건에서 나왔는지를 따로 셌다. 기준선에서 상위 10%에 들 확률은 5.8%였다. AI를 쓴 팀은 여기서 9.2%포인트가 올라 대략 세 배가 됐다. 반면 AI를 쓴 개인의 상승분은 작았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두 결과를 함께 놓아야 그림이 맞는다. 평균적인 품질은 AI를 쓴 개인이 팀만큼 냈다. 비범한 결과는 AI를 쓴 팀에서만 유의하게 늘었다. 그러니까 AI는 좋은 결과의 바닥을 올렸지, 천장을 혼자 뚫게 해 주지는 않았다.
이것이 팀을 꾸리는 기준을 바꾼다. 지금까지는 일의 양이 기준이었다. 혼자 감당하기 버거우면 사람을 붙였다. 이제 그 자리의 상당 부분을 도구가 메운다. 그렇다면 사람을 모으는 이유는 양이 아니라 목표의 높이가 된다. 평균 수준이면 충분한 일에 셋을 붙이는 것은 낭비가 됐고, 판을 바꿔야 하는 일에 한 명만 두는 것은 더 큰 낭비가 됐다.
세 번째 결과도 짚어 둘 만하다. AI를 쓴 참가자들은 설렘과 활력 같은 긍정적 감정을 더 많이, 불안과 좌절 같은 부정적 감정을 더 적게 보고했다. 연구진은 AI가 사람 동료가 주던 사회적·정서적 역할의 일부를 대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적었다. 반가운 소식이면서 동시에 조심할 대목이다. Vol. 35에서 본 것처럼, 곁을 도구에 맡길수록 사람에게 가는 길은 조금씩 멀어진다.
마지막으로 이 실험의 한계를 연구진 스스로 밝힌 대로 적어 둔다. 하루짜리 온라인 워크숍이었고, 몇 주에 걸친 조율이나 수정 반복처럼 실제 팀이 겪는 복잡함은 담기지 않았다. 팀은 두 사람 짝으로만 구성됐고, 참가자들은 AI 사용 경험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 방향을 보여 주는 신호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이 실험이 보여 준 것은 팀이 필요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팀이 해 주던 일 가운데 지식을 메우는 몫이 도구로 옮겨 갔다는 이야기다. 그 몫은 생각보다 컸고, 그래서 혼자서도 팀의 평균을 낼 수 있게 됐다. 남은 몫은 서로 다른 눈으로 보는 일, 틀렸다고 말해 주는 일, 그리고 사람이 사람에게서 배우는 일이다. 이 셋은 아직 도구가 대신하지 못했다.
리더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이 사람들을 왜 한자리에 모으는가. 답이 "혼자서는 다 못 하니까"라면 그 자리는 곧 도구가 가져간다. 답이 "혼자서는 거기까지 못 가니까"라면, 그 자리는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