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이는 역량
조직이 사 둔 사람의 역량 가운데 실제로 쓰이는 몫이다. 몰입도나 만족도와 겨냥하는 곳이 다르다. 몰입도는 사람이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를 묻고, 가동률은 그 사람이 가진 것 가운데 얼마가 일에 들어갔는지를 묻는다. 설비에는 오래 쓰던 말이고 사람에게는 쓰지 않던 말이다. 이 글에서 재려는 대상은 리더 자신의 역량이 아니라 그 리더 곁에서 올라가는 이 비율이다.
Section Ⅰ · The Utilization Question쓰이는 몫을 묻는다
조직은 역량을 사 두고
얼마가 쓰이는지는 재지 않는다
리즈 와이즈먼은 오라클에서 17년을 일했고 오라클 유니버시티 부사장과 인적자원개발 총괄을 맡았다. 비슷한 사람들로 짜인 조직인데 어떤 팀이 다른 팀보다 훨씬 많은 결과를 낸다는 것이 그가 반복해서 본 장면이었다. 2010년에 그렉 맥커운과 함께 낸 『멀티플라이어』는 그 장면을 설명하려고 쓴 책이고, 이 책의 기여는 처방보다 질문 쪽에 있다.
그가 사람들에게 던진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의 지식과 기술, 재능과 통찰과 역량 가운데 당신의 상사가 가져가는 것은 얼마입니까. 리더십을 재는 단위를 리더 자신의 능력에서 그 사람 곁에서 쓰이는 몫으로 옮긴 질문이다.
이 전환이 왜 중요한지는 장부를 펴 보면 드러난다. 조직은 사람의 역량을 사는 데 많은 돈을 쓴다. 채용과 보수와 교육이 모두 그 지출이다. 그리고 조직은 산출을 센다. 그런데 사 둔 역량 가운데 실제로 쓰인 몫은 어느 칸에도 없다. 공장 설비에 가동률을 매기면서 사람에게는 매기지 않는다.
책의 뼈대는 역량을 깎는 리더와 키우는 리더가 갈라지는 다섯 지점이다. 인재를 모아 두고 충분히 쓰지 않는 쪽과 강점이 가장 크게 쓰일 자리에 놓고 때가 되면 떠나보내는 쪽, 긴장된 환경을 만드는 쪽과 치열한 환경을 만드는 쪽, 자기가 아는 범위 안에서 지시하는 쪽과 답 대신 도전을 던지는 쪽, 소수와 빠르게 정하고 통보하는 쪽과 결정 전에 토론을 여는 쪽, 직접 개입해 결과를 내는 쪽과 주인을 정해 주고 자원을 댄 뒤 책임을 되돌려받지 않는 쪽이다.
다섯 쌍에서 눈에 걸리는 것은 역량을 깎는 쪽의 행동이 그 순간에는 모두 합리적이라는 점이다. 답을 아는 사람이 답을 말하는 일, 급한 일을 직접 처리하는 일, 빨리 결정하는 일은 당장은 효율적이다. 비용은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나타난다. 기획안을 팔 할만 완성해 오는 팀, 결재를 기다리는 팀, 리더가 자리를 비우면 멈추는 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시리즈에서 이미 다룬 축은 비켜 두자. 강점이 조절 없이 쓰이면 맹점이 된다는 이야기는 Vol. 02에서 했고, 말해 주기 전에 묻는 순서의 문제는 Vol. 48에서 했다. 조직이 재능을 정해진 것으로 보는지 자랄 수 있다고 보는지는 Vol. 69다. 이번 편이 보려는 것은 그 행동들의 목록이 아니라 그 행동들이 만드는 양이다. 쓰이지 않은 역량이 얼마이고, 그 몫을 정하는 변수가 정말 직속 리더인가.
Section Ⅱ · What the Number Can Bear그 숫자가 견디는 무게
48%는 남고
두 배는 남지 않는다
숫자부터 가려 보자. 와이즈먼이 직접 말한 값은 48%다. 2019년 대담에서 그는 1차 조사에서 나온 수치가 48%였다고 말했고, 학교의 교장과 교육감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그 값이 약 40%로 내려갔다고 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더 조심스럽게 말한다. 역량을 깎는 리더는 팀의 지능과 지식과 역량의 절반에 못 미치는 몫을 가져갔고 키우는 리더는 그것을 전부 가져갔다는 식이다.
널리 인용되는 쪽은 다른 숫자다. 멀티플라이어가 95%를 끌어낸다는 값, 같은 팀에서 두 배의 산출을 얻는다는 값, 1.97배라는 값이다. 세 숫자는 책 요약과 2차 블로그에서 반복되는데 와이즈먼 본인의 발언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의 대담에서 그가 멀티플라이어 쪽에 붙인 표현은 백분율이 아니었고 사실상 전부와 성장 배당이라는 말이었다. 자기 역량의 100%와 120%를 썼다는 응답자들의 말을 인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개별 응답이다. 그러니 두 배라는 말은 이 조사의 결과로 인용하지 않는 편이 맞다.
48%가 남는다 해도 그 숫자가 견딜 수 있는 무게는 제한적이다. 측정 방식이 회상이기 때문이다. 응답자는 지난 상사를 떠올리고 자기 역량의 몇 할이 쓰였는지 스스로 추정한다. 자기 역량의 총량은 누구도 직접 관찰할 수 없으므로 분모가 느낌으로 정해지고, 좋아했던 상사에게는 후하게 답할 여지가 남는다. 표본도 연구진이 닿을 수 있었던 기업과 리더들이다.
그래서 이 숫자가 말해 주는 것은 방향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다 쓰지 못한다고 느끼고, 그 차이를 만드는 변수로 직속 리더를 지목한다. 와이즈먼 자신이 이 대목에서는 정직하다. 역량을 깎는 행동의 대부분이 우연적이라고 말하고, 거의 모든 사람에게 그런 취약점이 있다고 적는다. 그 행동이 경영 교육에 등록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말도 그의 것이다.
위계에 관한 그의 관찰도 수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위계가 강한 지역으로 아시아와 중남미와 중동을 꼽고 그런 곳에서 깎이는 폭이 더 깊다고 말하지만, 그 비교를 뒷받침하는 숫자는 내놓지 않는다. 위계와 발언의 관계는 Vol. 28에서 설계의 문제로 다뤘고, 거기서 쓴 근거가 이 관찰보다 단단하다. 리더가 먼저 말하면 회의의 결론이 사실상 정해진다는 경험은 한국 조직에서 익숙하지만, 익숙하다는 것이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Section Ⅲ · Teaching That Persists남는 것은 가르친 것
570만 건의 기록은
같은 질문에 더 좁게 답했다
와이즈먼의 질문에 회상 없이 답한 연구가 있다. 에드워드 라지어와 캐스린 쇼, 크리스토퍼 스탠턴이 2015년 『Journal of Labor Economics』에 실은 논문이다.
자료부터 보자. 아주 큰 서비스 회사의 작업 기록이고, 작업자가 그날 배정된 상사와 함께 기록돼 있다. 2006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작업자 23,878명과 상사 1,940명, 작업자-일 단위로 5,729,508건이다. 산출은 시간당 처리 건수이며 사람의 평가 대신 소프트웨어가 기록한다. 평균은 시간당 10.26건이고 하루 팀 크기는 평균 9.04명이다. 작업자는 해마다 네 번쯤 상사가 바뀌는데, 상사 효과를 떼어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그 교체다.
와이즈먼이 든 일화와 이 설계가 사실은 같은 관찰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어떤 동료가 한 임원 앞에서는 자기 실력에 한참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임원 앞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일했다고 했다. 같은 사람을 다른 상사 밑에서 본다는 것이 그 일화의 내용이고, 이 논문이 570만 번 한 일이다.
첫째 결과는 상사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위 10%의 상사는 하위 10%의 상사보다 작업자 한 사람의 시간당 산출을 1.3건 더 올렸다. 상사 한 명이 아홉 명쯤을 맡고 작업자 한 명이 시간당 10.3건을 처리하므로, 하위 10%의 상사를 상위 10%로 바꾸는 일은 아홉 명 팀에 한 사람을 더 넣는 것과 비슷한 크기의 변화가 된다. 저자들이 보수적이라고 밝힌 정규화로는 평균 상사가 평균 작업자보다 1.75배의 산출을 더해 내고, 그 값이 실제 보수 차이와 비슷하다고 적는다.
둘째 결과가 이 편의 중심이다. 상사가 하는 주된 일이 무엇인지를 저자들은 갈라서 물었다. 동기를 올리는 일이라면 효과는 상사가 떠나는 순간 사라질 것이고,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라면 효과는 남을 것이다. 자료가 가리킨 쪽은 가르치는 일이었다. 논문 요약에 적힌 문장이 상사의 주된 활동은 지속되는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그 지속의 정도를 모형으로 추정하기도 하는데, 그 값은 관찰된 수치 대신 적합된 모수이므로 여기서는 방향만 쓴다.
셋째 결과는 불편하다. 좋은 상사는 역량이 높은 작업자의 산출을 더 많이 올렸다. 좋은 상사와 좋은 작업자가 짝지어진 경우의 효과가 가장 크고, 좋은 상사와 낮은 역량의 작업자가 짝지어진 경우는 음의 값으로 추정됐다. 멀티플라이어가 모든 사람을 고르게 끌어올린다는 읽기에 이 결과는 들어맞지 않는다. 효율만 보면 좋은 상사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붙여야 한다는 뜻이 된다.
넷째로 동료 효과는 거의 없었다. 주변 동료의 평균 역량이 내 산출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0에 가깝게 추정됐고, 상사 효과와 견주면 차이가 크다. 누구와 함께 두는지보다 누구 밑에 두는지가 더 많이 설명한다는 뜻이다.
한계를 적어 둔다. 회사 한 곳의 자료이고 산출은 시간당 처리 건수라는 단일 지표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기계가 셀 수 있는 업무에는 잘 옮겨가지만, 연구나 설계처럼 산출의 형태가 매번 다른 일에는 그대로 옮기기 어렵다. 처리량을 쟀고 품질을 재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하다. 상사 배정이 무작위로 이뤄진 실험도 아니어서, 통제 변수에 담기지 않은 배정 규칙이 있다면 추정치가 그것을 함께 흡수한다.
그럼에도 두 연구를 겹쳐 놓으면 처방이 달라진다. 와이즈먼의 틀은 성향을 가리킨다. 아이디어가 많은 리더는 떠오르는 생각을 그 자리에서 말하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걸러서 꺼내라는 것, 결정이 빠른 리더는 쟁점과 준비할 근거를 미리 알리고 모두가 입장을 말한 뒤에 정하라는 것이다. 쓸 만한 조언이지만 성향은 확인하기 어렵고 본인이 가장 늦게 안다. 측정된 쪽은 다른 것을 가리킨다. 상사의 값이 지속되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서 나온다면, 물어야 할 것은 내가 어떤 성향인가가 아니라 이번 달에 누가 나에게서 무엇을 배웠고 그것이 내가 떠난 뒤에도 남는가다.
이 처방이 지금 더 급해진 이유가 있다. 역량을 깎는 리더의 대표 동작은 자기가 답을 내놓고 자기가 대신 처리하는 것이다. 그 동작의 값이 지금 거의 공짜가 됐다. 팀원이 올린 초안에서 약한 고리를 찾아 더 나은 안을 만드는 일에 리더는 3분도 쓰지 않아도 된다. 측정된 자료가 상사의 값을 가르치는 일에 둔다면, 도구가 가장 싸게 만들어 준 그 동작이 리더의 값을 가장 많이 깎는 동작이기도 하다.
Vol. 69와 이어 둘 곳도 있다. 그 편은 조직이 재능을 정해진 것으로 보는지 자랄 수 있다고 보는지가 협업과 혁신과 정직을 예측한다는 연구였다. 이번 편의 셋째 결과는 그 믿음이 자료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좋은 상사를 잘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계산은 쉽게 에이스를 가려 부르는 조직으로 미끄러진다. 효율의 셈과 사람이 자랄 길을 같은 표에 올려 두는 일이 이 지점의 과제다.
이 책의 수치는 회상이고, 널리 인용되는 두 배는 1차 출처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데 책이 바꿔 놓은 질문은 남는다. 리더를 평가하는 문장이 이 사람은 얼마나 똑똑한가에서 이 사람 곁은 얼마나 똑똑해지는가로 옮겨간 것이다.
측정된 답은 그 질문을 한 걸음 더 좁힌다. 곁이 유능해지는 일은 분위기로 일어나지 않고 기술이 옮겨 가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장부에 한 줄을 더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 리더 밑에서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게 된 사람이 몇 명인지, 그리고 그 사람들이 지금 다른 팀에서도 그 일을 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