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났다
한 사람이 조직 안에서 몇 명과 주고받는지를 세는 값이다. 이 연구는 두 가지 연결망을 따로 쟀다. 함께 일을 진행하는 협업 연결망과 무언가를 묻고 알려 주는 지식 연결망이다. 중심성이 올랐다는 것은 그 사람과 선이 닿은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Section Ⅰ · The Expected Answer예상했던 답
물어볼 데가 생기면
사람에게는 덜 묻는다
예상은 분명한 편이다. 예전에는 모르는 것이 생기면 옆자리에 물었다. 이 파일은 어디에 있는지, 이 고객은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 이 절차는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 이제는 먼저 AI에 물어본다. 답이 빠르고, 몇 번을 물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 사이에 오가던 작은 질문들이 줄어들 것이다.
이 예상에는 근거도 있다. Vol. 55에서 본 P&G 실험에서 AI를 쓴 한 사람은 AI 없는 2인 팀만큼의 결과를 냈다. 팀이 해 주던 몫의 상당 부분을 도구가 대신한 것이다. 그 몫에는 분명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일'이 들어 있다.
그래서 걱정도 따라온다. 작은 질문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질문은 답만 주고받는 일이 아니다. 누가 무엇을 아는지, 누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누가 기꺼이 도와주는 사람인지가 그 짧은 교환에 실려 다닌다. 조직이 가진 '누가 무엇을 아는지의 지도'는 그렇게 그려진다. AI는 답은 주지만 그 지도는 그려 주지 않는다.
이 지도가 흐려지면 생기는 비용은 조용하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이건 누구에게 물어야 하죠"에 답을 못 하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도와줄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고, 부서를 넘는 문제가 생기면 아무도 먼저 손들지 않는다. 어느 것도 사고로 보고되지 않지만 조직이 느려지는 방식은 대개 이렇다.
이것이 이 글을 시작하기 전까지 꽤 설득력 있어 보이던 그림이다. 그리고 이 그림을 실제로 검증한 연구가 나왔다.
Section Ⅱ · What Happened실제로 일어난 일
연결은 줄지 않고
늘어났다
연구진은 유럽 중부의 기술 서비스 회사에서 직원 316명을 42개 팀 단위로 무작위 배정했다. 한쪽 팀들은 회사의 지식 기반에 맞춰 만든 AI 도우미를 받았고, 다른 쪽은 AI 없이 평소처럼 일했다. 도입 2주 전의 상태를 재어 두고, 석 달 뒤에 같은 것을 다시 쟀다.
결과는 예상과 반대였다. 협업 연결망에서 연결 중심성은 사용군이 7.77 오르는 동안 대조군은 1.12 올랐다. 지식 연결망에서는 5.21 대 0.84였다. 두 차이 모두 통계적으로 분명했다. AI를 쓴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과, 더 자주 주고받게 됐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에 대해 연구진은 두 가지 기제를 제시한다. 첫째는 번역기다. 서로 다른 전공은 같은 말을 다르게 쓴다. 영업이 쓰는 표현과 기술 지원이 쓰는 표현이 다르면 질문 자체가 어려워진다. AI가 그 사이를 옮겨 주면 말을 붙이는 비용이 내려가고, 그러면 예전에는 묻지 않았을 상대에게도 묻게 된다.
둘째는 지식 촉매다. AI가 기초적인 부분을 메워 주면 사람에게 가져가는 질문의 수준이 올라간다. "이게 무슨 뜻이죠"는 AI에 묻고, "우리 회사에서는 왜 이렇게 하죠"는 사람에게 묻는다. 뒤쪽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의 가치가 오르고, 그 사람에게 선이 몰린다. 묻는 횟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묻는 내용이 바뀐 것이다.
이 두 기제를 함께 놓으면 왜 선이 늘어나는지가 보인다. 묻는 비용이 내려가면 질문의 총량이 늘고, 그중 사람에게 가야 하는 질문은 더 깊어진다. 전에는 번거로워서 접어 두던 "다른 팀은 이걸 어떻게 처리하죠" 같은 질문이 실제로 던져진다. 줄어든 것은 묻는 일 자체가 아니라, 묻기 전에 망설이던 시간이었다.
역할에 따라 이득의 모양도 달랐다. 깊은 전문성을 가진 쪽, 이 회사에서는 기술 지원 인력이 지식 연결망의 중심성에서 더 크게 올랐다. 넓게 엮는 쪽, 곧 영업 인력은 성과에서 더 크게 올랐다. 처리한 프로젝트 수로 잰 결과다. 같은 도구가 역할에 따라 다른 자리에 효과를 냈다.
Section Ⅲ · The Condition조건이 붙는다
같은 질문에
두 연구가 다르게 답한 이유
이 결과를 Vol. 55와 나란히 놓으면 모순처럼 보인다. 한쪽에서는 AI가 팀의 몫을 대신했고, 다른 쪽에서는 AI가 연결을 늘렸다. 그런데 두 연구가 잰 것이 다르다는 점을 보면 모순이 풀린다.
P&G 실험이 잰 것은 하루짜리 과제의 산출이었다. 한 사람이 혼자 내놓은 결과물이 두 사람 팀의 결과물만 한가를 봤다. 이번 연구가 잰 것은 석 달에 걸친 관계의 변화다. 누구와 몇 번 주고받았는지를 봤다. 산출의 대체와 관계의 변화는 서로 다른 축이고, 한쪽이 대체된다고 다른 쪽이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AI가 연결을 늘린다"가 아니다. 늘지 줄지가 도구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쪽이다. 이 실험에서 연결이 늘어난 데에는 조건이 있었다. 도구가 사내 지식에 접지돼 있었고, 회사가 교육과 지원을 함께 제공했다. 사내 맥락을 전혀 모르는 범용 도구를 각자 알아서 쓰게 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
Vol. 28에서 다룬 이야기와 구조가 같다. 심리적 안전감이 선언으로 켜지지 않고 설계로 켜지듯, 연결도 도구를 들였다고 저절로 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연구가 보여 준 것은 희망적인 쪽이다. 설계를 하면 늘어날 수 있다는 증거가 생겼다.
마지막으로 한계를 적어 둔다. 한 조직에서 진행된 실험이고, 연구진 스스로 일반화의 제약을 밝히고 있다. 아직 심사를 거치지 않은 작업 논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수치를 그대로 가져다 쓰기보다, 무작위 배정으로 얻은 방향을 참고하는 편이 맞다. 그 방향은 분명하다. 사내 지식에 접지된 도구를 관행과 함께 들이면, 사람 사이의 선은 줄지 않았다.
이 연구가 반가운 이유는 결론이 좋아서가 아니다. 결론이 조건부이기 때문이다. AI가 조직의 연결을 끊는다는 이야기는 이미 정해진 운명처럼 들린다. 반면 접지된 도구와 함께 쓰는 관행이 결과를 바꿨다는 이야기는 리더가 손댈 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리더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렇다. 우리 팀에서 사람에게 가는 질문은 어떤 종류인가. 기초를 묻는 질문이 사라지고 맥락을 묻는 질문이 늘었다면 잘 가고 있다. 양쪽이 함께 사라졌다면, 조용해진 것을 평화로 읽지 않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