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지 않는다
아직 못하는 것을 일부러 골라 하고, 잘했는지를 곧바로 확인하며, 편안한 구간 밖에서 하는 연습을 말한다. 오래 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반복하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이 조건을 채우지 못한다. 시간은 조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가 나머지를 정한다.
Section Ⅰ · An Average Became a Rule평균이 규칙이 되다
숫자 하나가
어떻게 법칙이 되었나
1993년,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손 연구진이 베를린의 음악대학에서 바이올린 전공생들을 조사했다. 교수들의 평가에 따라 학생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고, 각자가 지금까지 혼자 연습한 시간을 추정하게 했다. 가장 뛰어난 집단이 스무 살까지 쌓은 연습은 평균 1만 시간이었고, 다음 집단과 교사 과정 학생들은 그보다 적었다.
2008년 말콤 글래드웰이 이 연구를 대중서에 소개하면서 숫자에 이름이 붙었다. 만 시간의 법칙이다. 어떤 분야든 1만 시간을 채우면 정상급이 된다는 식으로 퍼졌고, 지금도 그렇게 인용된다.
에릭손은 이 해석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부정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1만은 목표가 아니라 평균이었다. 집단 안의 편차가 컸고, 그보다 훨씬 적게 연습하고도 최상위에 든 학생이 있었다. 게다가 스무 살의 그 학생들은 아직 거장 근처에 있지 않았다. 평균을 문턱으로 바꾸는 순간, 자료가 말하지 않은 것을 숫자가 말하기 시작한다.
둘째가 더 큰 왜곡이었다. 논문의 주제는 시간의 양보다 연습의 종류였다. 에릭손이 세운 개념인 의도적 연습은 아직 못하는 것을 골라 하고, 잘했는지를 즉시 확인하고, 편안한 구간을 일부러 벗어나는 방식이다. 그냥 오래 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같은 악기를 30년 친 사람이 3년 친 사람보다 못하는 일이 드물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은 쌓였지만 그 대부분이 이미 할 수 있는 것을 되풀이한 시간이었다.
이 과정 자체가 조직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평균 처리 시간이 목표가 되고, 중간값이 기준선이 되고, 한 번 관찰된 상관이 규칙으로 굳는다. 숫자는 옮겨 다니는 동안 조건을 잃는다. Vol. 51에서 본 것처럼 근거가 말하지 않은 것을 숫자가 대신 말하게 되면, 그 뒤의 결정은 근거 없이 정확해 보인다.
Section Ⅱ · Where Hours Count시간이 쌓이는 곳
같은 10년이
분야마다 다른 이유
2014년, 맥나마라와 햄브릭 연구진이 이 주제를 다룬 연구들을 모아 메타분석을 내놓았다. 질문은 단순했다. 쌓인 연습량이 실력 차이를 얼마나 설명하는가. 전체 평균은 12%였다. 뒤집어 말하면 실력 차이의 88%는 연습량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값이 분야마다 크게 갈렸다는 점이다. 체스 같은 게임에서는 26%, 음악에서는 21%, 스포츠에서는 18%였다. 교육 분야로 오면 4%로 떨어졌고, 직업 영역에서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마지막 값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조차 아니었다. 즉 직업 세계에서는 연습량과 성과 사이의 관계가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그 이유로 환경의 반복성을 지목했다. 상황이 되풀이되는 활동에서는 연습량의 설명력이 24%였고, 중간 정도인 활동에서는 12%, 매번 달라지는 활동에서는 4%였다. 체스판은 어제와 오늘이 같다. 규칙이 고정돼 있으니 같은 국면을 다시 만나고, 지난번의 수정이 다음번에 그대로 쓰인다. 시간이 층으로 쌓인다.
경영과 리더십은 반대쪽에 있다. 같은 사람, 같은 시장, 같은 조합이 다시 오지 않는다. 지난번에 통한 방식이 이번에도 통할지 확인할 방법이 사건 이후에나 생긴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10년 경력'이라는 표현은 실력에 대해 생각보다 적은 것을 말해 준다.
공정하게 덧붙일 것이 있다. 이 수치를 연습이 소용없다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직업 영역 연구들은 연습량을 대개 회고 설문으로 재고, 무엇을 연습으로 칠지부터 분야마다 다르다. 측정이 거칠면 관계도 흐려진다. 연구진의 결론도 연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알려진 것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쪽이었다. 다만 이 정도만으로도 경력 연수를 실력의 대리 지표로 쓰기에는 충분히 불안하다.
1만 시간은 스무 살까지의 평균이었고, 그 시점의 그들은 거장 근처에 있지 않았다. (K. Anders Ericsson · 만 시간의 법칙 해석에 대한 반박의 요지)
Section Ⅲ · What to Ask Instead무엇을 볼 것인가
지표를 바꾸면
배치도 바뀐다
경력 연수가 약한 지표라는 사실은 채용에서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승진과 배치, 프로젝트 책임자 선정까지 같은 숫자가 따라다닌다. 연차는 세기 쉽고 다투기 어려워서 편한 기준이 된다. 편한 기준은 오래 살아남는다.
대신 볼 것은 세 가지로 좁혀진다. 경험의 다양성, 피드백의 주기, 그리고 교정의 기록이다. 다양성은 그 사람이 몇 종류의 상황을 통과했는지를 말하고, 주기는 자기 판단의 결과를 얼마나 빨리 확인했는지를 말하며, 교정은 그 확인이 실제로 방식을 바꿨는지를 말한다. 이 셋이 갖춰진 5년은 갖춰지지 않은 15년보다 많은 것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보자. 같은 제품과 같은 고객을 상대로 5년을 보낸 사람이 있고, 같은 5년 동안 사업 축소 한 번과 조직 통합 한 번, 그리고 실패한 출시 하나를 겪은 사람이 있다. 이력서에 적히는 연차는 같다. 그러나 뒤의 사람은 숫자가 예상과 어긋나는 장면을 세 번 봤고, 그때마다 자기 판단이 어디서 틀렸는지 확인할 기회를 가졌다. 면접에서 이 차이를 드러내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최근 몇 해 사이에 가장 크게 예상이 빗나간 일을 하나만 말해 달라고 하면 된다.
여기서 질문은 조직 쪽으로 넘어온다. 우리 조직은 이 세 가지를 만들어 주고 있는가. 한 사람이 5년 동안 같은 유형의 업무만 맡았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기 이전에 배치의 결과다. 결정의 결과가 2년 뒤에야 드러나는 구조라면 피드백 주기는 조직이 정한 것이다. Vol. 25에서 본 것처럼 어려움은 저절로 오지 않고 설계로 배치된다. 사람을 키우는 일은 대부분 이 설계의 문제로 돌아온다.
마지막으로 리더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이 돌아온다. 내가 쌓은 연차 가운데 새로운 종류의 상황은 얼마나 되는가. 최근에 내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한 일은 언제였는가. 직책이 올라갈수록 틀렸다는 소식이 늦게 도착한다는 점에서, 연차가 쌓일수록 교정의 고리는 오히려 느슨해진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그래서 절반만 맞는 말이다. 한 우물을 파는 것은 조건이지 방법이 아니다. 같은 자리를 오래 팠다고 깊어지지 않는다. 매번 어제보다 단단한 층을 골라 쳐야 깊어진다.
리더가 물어야 할 질문도 하나로 줄어든다. 지금 이 사람에게 쌓이고 있는 것은 시간인가, 층인가. 둘은 겉으로 똑같이 보이고, 구분되는 순간은 대개 어려운 일이 왔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