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2 · Presence & Safety 사람 · Deep read
Graham Ward · INSEAD Knowledge

사람과 일한다면,
이미 그 자리
들어와 있다
좋은 답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말해도 괜찮은 자리다

코치는 더 나은 분석을 보태지 않았다. 상대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고, 침묵했다. 그러자 대화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좋은 답이 나와서가 아니다.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열렸기 때문이다. 사람과 일하기로 한 이상, 우리는 이미 그 자리 안에 있다.

Safety말할 수 있는 자리
Attunement정서적 조율
The Line맡길 것과 남는 것
원전
Why AI Won't Replace Human Coaches Graham Ward · INSEAD Knowledge, 2025
Previously on Vol. 11
사라진 사다리AI가 신입의 일을 대신할 때, 누가 다음 세대를 훈련하는가
용어 · 이 글에서의 정의
심리적 안전감 Psychological Safety

이 글에서 '심리적 안전감'은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모른다고 말하거나, 틀렸다고 인정하거나, 껄끄러운 사실을 꺼내도 자리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편안함보다 말할 수 있음에 관한 것이다.

Section Ⅰ · The Space, Not the Answer답이 아니라 자리

좋은 분석을 보태지 않았더니,
대화가 옮겨 갔다

한 제약회사 CFO가 코치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팀의 불신과 정치적 갈등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코치는 더 나은 분석을 보태지 않았다. 그가 한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고, 침묵했다. 그러자 대화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팀 문제를 진단하던 자리에서, 자신의 외로움과 실망과 냉소를 마주하는 자리로.

INSEAD의 그레이엄 워드가 이 장면에서 짚은 것은 코치가 더 좋은 답을 줬다는 사실이 아니다. 고객이 스스로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자리가 열렸다는 점이다.

논리적으로 옳은 답이 언제나 변화를 만드는 답은 아니다. 그때 필요했던 것은 모른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허용, 피해 온 감정을 마주할 용기, 억눌러 온 현실을 스스로 꺼내게 하는 침묵이었다. 답의 정확성보다 그 답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점과 정서적 준비 상태가 먼저였던 것이다.

코칭의 가치는 답의 내용보다, 통찰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점과 정서적 준비 상태, 관계의 맥락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 — Graham Ward, INSEAD Knowledge (요지)

이것이 심리적 안전감의 실물이다. 서로 웃으며 지내는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말하기 어려운 것을 말해도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 상태다. 그리고 이 자리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대가 말을 멈췄을 때 무엇을 하는가로 만들어진다.

Section Ⅱ · What Presence Does이미 하고 있는 일

따로 갖출 역량이 아닌,
마주 앉는 순간 켜지는 것

워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목록을 읽어 보면 낯선 기술이 아님을 금방 알게 된다. 우리가 누군가와 진지하게 마주 앉을 때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이다.

Four Relational Functions · Ward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네 가지
01
공동조절
Co-regulation · 함께 있는 것만으로 낮아지는 것
안정된 사람이 곁에 있으면 상대의 정서적 과부하가 내려간다. 말로 무엇을 해결해서가 아니다. 같이 있는 상태 자체가 하는 일이다. 회의에서 누군가 무너지려 할 때, 옆자리의 침착함이 실제로 그 사람의 사고를 되살린다.
02
체화된 공감
Embodied empathy · 말이 아닌 것으로 전해지는 이해
표정과 시선, 자세와 침묵, 목소리의 높낮이로 이해가 건너간다. 공감은 "이해합니다"라는 문장보다 몸으로 전달되는 신호에 가깝다. 그래서 같은 말도 어떤 자세로 들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남는다.
03
신체적 감지
Somatic sensing · 말해지지 않은 것을 알아차림
호흡이 바뀌고, 어깨가 굳고, 말이 반 박자 늦어진다. 정작 중요한 정보는 문장이 아니라 문장 직전에 있을 때가 많다. 이 신호를 놓치면 대화는 사실관계 확인으로 끝난다.
04
직관과 즉흥성
Improvisation · 준비한 질문을 버리는 순간
좋은 대화는 준비된 질문 목록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 순간의 변화에 반응해 방향을 바꾼다. 워드는 이 과정을 언어 처리로 보지 않는다. 두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실시간 공동 창조로 본다.

이 네 가지는 리더가 따로 배워야 할 항목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람과 마주 앉는 순간 이미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는 이것을 켜는 일이 아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끄지 않는 일이다.

Section Ⅲ · Where the Line Falls맡길 수 있는 것과 남는 것

대체하는가를 묻지 말고,
어디까지 맡길지를 물어라

그렇다면 AI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최근 연구를 모아 보면 답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구조화할 수 있는 과제에서는 이미 상당히 유용하고, 관계와 정체성을 다루는 자리에서는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

목표에 특화된 AI 코치를 10개월간 관찰한 연구에서는 목표 달성에서 인간 코칭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Terblanche 외, 2022, PLOS ONE). 다만 서로 다른 시기와 표본의 두 연구를 비교한 것이라 일반적인 동등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직장인 63명을 대상으로 한 1회 세션 준실험에서는 인간 코치가 통찰과 작업동맹, 목표 달성 등 모든 측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Passmore 외, 2025). 이 역시 비무작위 배정에 소표본, 단회 세션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16편의 연구를 검토한 체계적 문헌고찰의 결론은 조심스럽다. AI는 접근성과 목표 추적, 책임성, 그리고 판단받지 않는 대화 공간에서 유용하지만, 연구들이 서로 이질적이고 근거는 초기 단계라는 것이다(Passmore, Olafsson & Tee, 2026). 그래서 "AI가 사람을 대체하는가"라는 질문은 아직 답할 수 없고, 실무에서 답할 수 있는 질문은 따로 있다. 어떤 과업을 맡기고, 어떤 자리를 남길 것인가.

Review
16
체계적 문헌고찰이 검토한 연구 수 · 근거는 아직 초기 단계
Goal setting
10개월
목표 달성에서 인간 코칭과 유의한 차이가 없던 관찰 기간
Single session
63
준실험에서 인간 코치가 전 측면 우위 · 소표본·단회
Practitioners
205
조사에서 AI 활용은 주로 조사·자료·행정에 머물렀다
Where the Line Falls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서 사람이 남는가
01
되돌릴 수 있고 반복되는 일
목표 추적, 리마인더, 기록 요약, 연습과 시뮬레이션. AI가 일관되게, 그리고 24시간 해낸다.
02
정체성·수치심·상실·도덕적 갈등
답보다 같이 있어 주는 것이 필요한 자리. 여기서는 사람이 남는다.
03
조직 정치·권력·신뢰의 갈등
맥락을 모르면 조언이 흉기가 된다. 조직을 아는 사람이 대화를 이끈다.
04
위기 신호가 보일 때
심각한 고통이나 위험이 감지되면 즉시 멈추고 사람에게, 필요하면 전문기관으로 넘긴다.
05
평가·승진·징계
코칭에서 나눈 이야기를 이 용도로 옮기지 않는다. 옮기는 순간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사라진다.

마지막 항목이 앞의 모든 것을 지탱한다. 안전한 자리는 만들기는 오래 걸리고 무너지는 데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 털어놓은 이야기가 평가로 돌아온 경험이 한 번 생기면, 그 조직에서 사람들은 다시 말하지 않는다.

사람을 이해하고(Vol. 06), 인간다움을 지키고(Vol. 07), 신뢰를 자본으로 다루고(Vol. 10), 다음 세대를 훈련하는(Vol. 11) 모든 일은 결국 같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누군가와 마주 앉는 자리다. AI가 구조와 반복을 더 많이 맡을수록 그 자리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또렷해진다.

Synthesis · Vol. 12

사람과 일한다면,
이미 그 자리에 있다

심리적 안전감과 공감은 리더가 따로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니다. 사람과 함께 일하기로 한 순간부터 이미 작동하는 조건이다. 좋은 답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말해도 괜찮은 자리이고, 그 자리는 분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곁에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AI는 목표와 기록과 반복을 점점 더 잘 맡는다. 그럴수록 사람에게 남는 몫이 선명해진다. 의미와 관계,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 그 몫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생긴다.

Ward · INSEAD '25 — Leadership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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