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고를 때 좋아진다
이 글에서 '기술의 방향'은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느냐가 아니다. 같은 기술을 사람을 대체하는 데 쓸지, 사람의 능력을 넓히는 데 쓸지 고르는 선택이다. 애쓰모글루와 존슨은 이 방향이 저절로 정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Section Ⅰ · No Bandwagon저절로 굴러가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하면 모두가
잘살게 된다는 착각
흔한 믿음이 하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생산성이 오르고, 그 이득이 결국 모두에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애쓰모글루와 존슨은 천 년의 역사를 뒤져 이 믿음을 흔든다.
그들이 보기에 지난 천 년의 대부분, 기술 발전의 이득은 좁은 엘리트에게 몰렸다. 넓은 번영은 제도와 힘의 균형이 기술의 방향을 다시 잡았을 때에야 찾아왔다. 이들이 '생산성 밴드왜건'이라 부른 것, 곧 생산성이 오르면 임금도 따라 오른다는 자동 장치는 실은 자동이 아니었다.
여기에 최근의 계산이 하나 더 붙는다. 애쓰모글루는 2024년 AI의 거시 효과를 보수적으로 추정했다. 향후 10년간 총요소생산성 증가는 많아야 0.66%, 매킨지나 골드만삭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논쟁적인 숫자이지만 근거는 단순하다. AI에 노출된 노동 과업은 약 20%, 그중 지금 이익이 남게 자동화할 수 있는 것은 23%뿐이고, 자동화되는 과업당 노동비 절감은 평균 27%다.
이 추정이 옳다면 함의는 오히려 날카로워진다. 파이가 저절로 크게 불어나지 않는다면,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넓힐지 그 방향이 더 중요해진다. 커지지도 않을 파이를 두고 사람만 빼내는 자동화라면, 남는 것은 줄어든 일자리와 얇은 이득뿐이다.
Section Ⅱ · So-so vs Augment어느 방향의 자동화인가
사람을 빼는 자동화와
능력을 넓히는 자동화
모든 자동화가 같은 것은 아니다. 애쓰모글루와 존슨은 방향을 갈라 본다. 방향은 기술이 정하지 않는다.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사람이 정한다.
“진보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방향을 정해 주어야 한다. 기술이 누구에게 이로울지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우리가 어떤 방향을 고르느냐에 달렸다.” (요지 · Acemoglu & Johnson, Power and Progress, 2023)
Section Ⅲ · The Choice방향을 고르는 설계
방향을 기술에 맡기면
가장 얕은 자동화로 흐른다
방향을 아무도 고르지 않으면, 기술은 대개 가장 손쉬운 쪽, 곧 사람만 빼내는 자동화로 흐른다. 리더의 선택이 그 흐름을 바꾼다. 방향을 고르는 설계를 세우려면 다음을 통과해야 한다.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는 기술이 답해 주지 않는다.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넓힐지, 그 선택들이 쌓여 방향을 만든다. 리더의 자리는 그 선택의 한복판이다.
이 편은 Vol. 09의 사회적 확장판이다. 실행이 공짜가 될수록 값이 오르는 것은 분별이라 했다. 무엇을 할 가치가 있는지 가리는 눈이, 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는지 고르는 손과 이어진다. Vol. 05에서 가치가 사는 곳을 물었다면, 여기서는 그 가치를 누구에게로 흐르게 할지를 고른다.
기술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좋아지는 쪽으로 누군가 방향을 고를 때에만 좋아진다. 그 손이 리더의 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