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그 속도를 따라잡는가
이 글에서 '리스킬링'은 교육 예산의 한 항목이 아니다. 직무가 바뀌는 속도를 사람이 배우는 속도가 따라잡도록, 조직이 스스로를 계속 배우는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사람을 갈아 끼우는 대신 안에서 다시 길러 쓰는 선택이기도 하다.
Section Ⅰ · The Gap벌어지는 격차
직무는 빨리 바뀌고
사람은 그만큼 못 배운다
문제는 변화가 아니라 속도다. 직무에 필요한 기술은 빠르게 바뀌는데, 사람이 배우는 속도가 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
세계경제포럼의 2025년 Future of Jobs는 그 간격을 수치로 그린다. 2030년까지 노동자 핵심 기술의 39%가 바뀌거나 낡을 것으로 봤다. 눈여겨볼 점은 이 '기술 불안정성'이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2020년 57%, 2023년 44%에서 내려왔다. 변화의 폭 자체는 진정되는 중이다.
그런데도 격차는 남는다. 같은 보고서는 노동자 100명 중 59명이 2030년까지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29명은 지금 자리에서, 19명은 다른 자리로 옮겨 배울 수 있지만, 11명은 필요한 재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밀려날 위험에 놓인다. 문제는 변화의 총량보다, 그 11명을 누가 어떻게 데려가느냐다.
변화가 일을 없애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1억 7천만 개 일자리가 생기고 9천 2백만 개가 사라져, 순증 7천 8백만 개를 예상한다. 일은 사라지기보다 이동한다. 그 이동을 따라 사람이 배우도록 조직이 짜여 있느냐가 갈림길이다.
Section Ⅱ · A Choice예언이 아니라 선택
AI는 전문성을
몰아줄 수도, 나눠 줄 수도 있다
격차를 어떻게 메우느냐는 기술이 정해 주지 않는다. MIT의 데이비드 오토어는 AI가 노동에 주는 기회를 이렇게 본다. 자동화와 세계화로 얇아진 중간 숙련을 다시 두껍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와 규칙에 경험을 엮어 판단을 돕는 AI의 힘을, 소수 엘리트 전문가에게 몰아줄 수도 있고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 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정해진 미래가 아닌, 조직의 선택이다.
“AI는 소수 전문가에게 전문성을 몰아줄 수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문가의 판단을 나눠 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예언이 아니라 선택이다.” (요지 · David Autor, Applying AI to Rebuild Middle Class Jobs, 2024)
Section Ⅲ · The System배우는 시스템으로 설계
예산의 한 줄이 아니라
조직의 근본 역량으로
리스킬링을 교육 예산의 한 줄로 다루면 격차는 메워지지 않는다. 배움이 직무 변화를 따라잡게 하는 일은, 조직을 배우는 시스템으로 짜야 가능하다. 그 설계를 세우려면 다음을 통과해야 한다.
리스킬링은 인사 예산의 한 줄이 아니다. 직무가 바뀌는 속도를 배움이 따라잡게 하는, 조직의 근본 역량이다. 그 역량이 없으면 변화는 곧 사람을 갈아 끼우는 일로 흐르고, 밀려나는 사람은 늘어난다.
이 편은 Vol. 11의 전사 확장판이다. AI가 신입의 일을 삼킬 때 끊기는 도제의 사다리를, 이번에는 조직 전체 규모로 다시 세운다. 병목은 결국 사람의 인지 역량이고(Vol. 08), 그것을 기르는 일이 오래 남는 값을 만든다(Vol. 05).
직무는 계속 바뀐다. 문제는 변화 자체가 아니다. 사람이 그 속도를 따라 배우도록 조직이 설계됐는가이다. 그 속도를 갖춘 조직만, 변화를 자기 편으로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