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어떻게 자라는가
이 글에서 '도제'는 학원식 교육이 아니다. 초심자가 전문가 곁에서 진짜 일을 맡아, 판단이 필요한 순간을 함께 겪으며 숙련을 몸에 새기는 관계다. Matt Beane은 그 숙련이 세 가지 위에서 자란다고 말한다. 도전, 복잡성, 그리고 연결.
Section Ⅰ · The Broken Rung사라지는 첫 칸
첫 칸이 사라지면,
그 위도 결국 빈다
전문가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은 신입 시절의 반복적이고 궂은일, 초안 잡기, 자료 정리, 계산과 검토를 하며 감각을 쌓았다. 사다리의 첫 칸이 그 훈련의 자리였다.
그 첫 칸을 지금 AI가 대신한다. 생성형 AI가 가장 잘하는 일은 교과서로 배우는, 정답이 정해진 정형 업무다. 그런데 그 업무야말로 초급 커리어를 정의하던 일이다. 그래서 초급 채용이 무너진다. 하버드 워킹페이퍼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의 신입 채용은 2023년 이후 분기마다 크게 줄었고, 빅테크의 신입 채용은 3년간 절반 넘게 감소했다.
일자리가 사라진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PwC의 표현대로, 초급 업무는 사라진 게 아니라 초심자가 오를 수 없는 높이로 조용히 승격됐다. 사다리의 첫 칸이 비면, 그 위의 모든 칸도 언젠가 채울 사람을 잃는다.
"초급 업무는 사라지지 않았다. 초심자가 닿을 수 없는 높이로 슬그머니 올라갔을 뿐이다."The entry-level job description was quietly promoted up the skills ladder. — PwC, 'Seniorization' 리포트
Section Ⅱ · The Skill Code숙련의 코드
숙련은 세 가지 위에서
자란다
UC 산타바바라의 매트 빈은 수술실부터 공장까지 현장을 관찰하며 숙련이 자라는 조건을 셋으로 정리했다. 도전(Challenge), 능력의 한계에서 진짜 결과를 책임지며 하는 일. 복잡성(Complexity), 정답이 없는 실제 맥락. 연결(Connection), 전문가와의 신뢰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관찰과 피드백. 셋 중 하나만 빠져도 숙련은 자라지 않는다.
로봇 수술이 그 위험을 먼저 보여 줬다. 집도의가 콘솔에서 혼자 수술을 끝내자 전공의는 손을 댈 기회를 잃었다. 연결은 남았지만 도전과 복잡성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일부 전공의는 규칙을 우회해서라도 배우는 섀도 러닝(shadow learning)에 나섰다. 위험을 무릅쓸 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다. AI는 이제 사무직 전반에 같은 위험을 옮겨 온다. 편리하지만, 학습을 만들던 세 조건을 조용히 지운다.
"도전, 복잡성, 연결. 이 셋이 없으면 숙련은 시든다."Without challenge, complexity, and connection, skill decays. — Matt Beane, The Skill Code
Section Ⅲ · Redesigning Apprenticeship도제를 다시 설계하라
도제를 없애지 말고,
다시 짜라
McKinsey는 AI가 도제를 없애는 게 아니라 다시 설계할 기회라고 본다. 관건은 피드백을 빠르게 하면서도 숙련의 세 조건을 지키는 것이다. 세 가지 실천이 있다.
① 정답지 모델(Answer-Key Model). 신입이 먼저 스스로 해 본다. 그다음 AI가 그 결과를 채점한다. 마지막으로 관리자와 마주 앉아 '왜 다른가'를 함께 짚는다. AI가 도제를 대체하는 대신, 피드백의 속도를 높이면서 배움의 조건을 지킨다.
② 손으로 먼저, 그다음 비교. 한 부동산 회사는 AI가 신입보다 더 정교한 시장 분석을 내놓자 그 결과를 바로 쓰지 않았다. 신입에게 직접 동네를 걷고 지형과 교통을 살펴 자기 견해를 세우게 한 뒤, AI의 분석과 비교하게 했다. 도전과 복잡성을 일부러 되살린 것이다.
③ 전문가의 사고를 코드화하라. 역할을 재설계하기 전에 토대가 필요하다. 최고 수행자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형식으로 남겨, LLM과 신입이 함께 참조하게 하는 것이다. 암묵지를 꺼내 놓는 일이 다음 세대 훈련의 출발점이다.
분별이 AI 시대의 프리미엄이라면(Vol. 09), 그 분별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실전에서 훈련받아야 자란다. AI에게 초급의 일을 넘길 때, 우리는 다음 세대의 전문가도 함께 넘기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그 훈련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 지금 리더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