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것은 의미다
이 글에서 '센스메이킹'은 정보를 모으는 일이 아니다. 칼 와익의 말대로, 불확실한 상황에 쓸 만한 해석을 지어 붙이고, 그것을 실행해 보며 이야기를 계속 고쳐 나가는 과정이다.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말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그는 썼다.
Section Ⅰ · The Scarce Thing모자란 것은 정보가 아니다
정보가 넘칠수록
의미는 모자란다
AI는 정보를 무한히, 즉시 내놓는다. 부족한 것은 데이터가 아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다.
조직심리학자 칼 와익은 이 '뜻을 짓는 일'을 센스메이킹이라 불렀다. 1949년 만걸치 화재가 그의 유명한 사례다. 스모크점퍼 16명이 불에 뛰어들었지만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이 순식간에 협곡을 건너 그들이 예상한 그림을 벗어났는데도, 그들은 '오전이면 진압한다'던 첫 판단을 놓지 못했다. 반박하는 신호를 자꾸 그 그림에 끼워 맞추다 때를 놓쳤다.
와익이 말하려는 것은 정보가 부족했다는 게 아니다. 신호는 있었다. 그것을 다르게 볼 해석의 틀이 무너진 것이다. 센스메이킹은 옳은 답을 찾는 일이라기보다, 되돌아보며 쓸 만한 이야기를 지어 계속 고쳐 나가는 일이다. 완벽한 지도가 있어서 나아가는 게 아니다. 이야기가 사람을 움직이기에 나아간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이 일은 더 귀해진다. AI는 답을 매끄럽게 내주지만, 매끄러운 답은 가짜 명료함을 줄 수 있다. 정작 물어야 할 것, 곧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건너뛰게 만든다.
Section Ⅱ · Technical vs Adaptive기술적 문제와 적응적 도전
답을 찾기 전에
어떤 문제인지 가른다
모든 문제가 답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로널드 하이페츠는 문제를 둘로 갈라 본다. 이 구분을 놓치면, 가장 좋은 도구도 엉뚱한 곳에 쓰인다.
“센스메이킹은 옳게 맞히는 일이 아니라, 떠오르는 이야기를 계속 고쳐 쓰는 일이다. 완벽한 지도보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가 길을 낸다.” (요지 · Karl Weick)
Section Ⅲ · Making Sense의미를 짓는 설계
빠른 답을 받기 전에
무엇이 벌어지는지 짓는다
센스메이킹은 재능이 아니라 습관으로 세울 수 있다. AI의 매끄러운 답에 곧장 올라타지 않고, 뜻을 먼저 짓는 자리를 두는 것이다. 그 설계를 세우려면 다음을 통과해야 한다.
AI는 답을 값싸게 내주지만, 그 답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무엇이 벌어지는지 이름 붙이고, 쓸 만한 해석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일. 그 센스메이킹은 여전히 사람의 자리에 남는다.
이 편은 Vol. 01의 성숙판이다. 지능을 계산으로만 좁힐 때 잃는 것을 거기서 봤다면, 여기서는 그 계산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본다. 상황에 뜻을 지어 붙이는 일은 아무리 계산이 빨라져도 계산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Vol. 17에서 AI의 확신을 재던 잣대는, 여기서 '이건 기술적 문제인가 적응적 도전인가'라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리더가 파는 것은 답이 아니라 뜻이다. 지도가 없을 때 쓸 만한 이야기를 지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것이 센스메이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