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커진다
만든 것을 실제로 내보내는 능력을 두 축으로 재는 방식이다. 하나는 처리량으로, 변경이 배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배포의 빈도를 본다. 다른 하나는 불안정성으로, 배포 뒤 바로 손봐야 하는 비율과 사고로 생긴 계획 밖 작업, 복구에 걸리는 시간을 본다. 소프트웨어의 지표지만, 만들어 내보내는 모든 일에 같은 두 축이 있다.
Section Ⅰ · The Flip올해 바뀐 것
속도는 올라갔고
불안정은 그대로다
2024년 자료를 두고 Vol. 39에서 다룬 이야기가 있다. 개인의 생산성은 오르는데 조직의 전달 성과는 오히려 내려갔다는 것이다. 늘어난 산출을 검증하고 통합하고 수습하는 일이 사람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읽었다. 그 자료를 만든 연구가 2025년판을 내놓았고, 한 축이 뒤집혔다.
조사는 2025년 6월 13일부터 7월 21일까지 진행됐다. 전 세계 기술 전문가 5천 명 가까이가 응답했고 100시간이 넘는 정성 자료가 더해졌다. 응답자의 90%가 업무에 AI를 쓰고, 80% 넘게 생산성이 올랐다고 느낀다. 동시에 30%는 AI가 만든 코드를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쓰면서 믿지 않는 상태다.
전달 성과에서 달라진 것은 처리량이다. 작년까지는 AI 도입과 처리량 사이에 분명한 관계가 보이지 않았는데, 올해는 AI 도입이 처리량을 올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팀들이 속도에는 적응했다는 뜻이다.
달라지지 않은 것이 문제다. 불안정성은 여전히 함께 오른다. 배포 뒤 바로 손봐야 하는 비율, 사고 때문에 생기는 계획 밖 작업, 복구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보고서의 해석은 짧다. 팀은 속도에 맞춰 움직였지만, 그 아래의 시스템은 빨라진 개발을 안전하게 감당할 만큼 바뀌지 않았다.
Section Ⅱ · The Amplifier증폭기
같은 도구가
왜 조직마다 다르게 끝나는가
이 보고서의 중심 명제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증폭기다. AI는 잘 돌아가던 조직의 강점을 키우고, 삐걱대던 조직의 역기능도 똑같이 키운다. 없던 능력을 만들어 주지 않고, 있던 것을 크게 만든다.
이 명제가 왜 중요한지는 도입을 검토하는 자리에서 오가는 질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도구가 좋은지, 얼마나 쓰게 할지, 교육은 어떻게 할지를 묻는다. 증폭기라는 진단이 맞다면 그 질문들은 두 번째 줄이다.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우리 조직에서 커질 만한 것은 무엇인가.
보고서의 표현이 이 지점을 잘 짚는다. 기반이 없으면 AI는 국소적인 생산성 주머니를 만들고, 그 주머니는 하류의 혼란 속에서 사라진다. 한 사람이 두 배로 만들어 내도 그다음 단계가 받아 내지 못하면 조직 전체의 전달은 빨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쌓인 재고가 사고로 바뀐다.
연구진이 제시한 것은 AI 역량 모형이다. AI의 효과를 키우는 것으로 확인된 기반 역량 일곱 가지인데, 목록을 보면 대부분 AI와 직접 상관이 없다. 조직의 AI 입장을 분명히 정하고 알리기, 작게 나눠 일하기, AI가 접근할 수 있는 사내 데이터, 쓸 만한 사내 플랫폼, 건강한 데이터 생태계, 사용자 중심의 초점, 탄탄한 버전 관리다. 새로 사야 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 예전부터 하자고 말해 온 것들이다.
Vol. 15와 Vol. 34에서 도구를 얹지 말고 일을 다시 짜라고 했던 이야기가 여기서 실증으로 돌아온다. 그때는 McKinsey 자료로 도입과 값의 격차를 봤다면, 이번에는 그 격차가 어디에서 벌어지는지를 전달 지표로 보여 준다.
Section Ⅲ · Downstream병목은 하류에 있다
소프트웨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조직을 조사한 것이지만, 구조는 어느 조직에나 같다. AI가 빠르게 해 주는 구간은 대개 만드는 구간이다. 초안, 분석, 코드, 디자인 시안이 그렇다. 반면 확인하고 합치고 내보내는 구간은 그대로다. 검토하는 사람 수도, 승인 절차의 길이도, 품질을 책임지는 자리도 어제와 같다.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는 공장을 떠올리면 쉽다. 앞 공정의 속도만 두 배로 올리면 생산량이 두 배가 되지 않는다. 뒤 공정 앞에 재공품이 쌓인다. 쌓인 것은 공간을 차지하고, 오래될수록 문제를 품고, 결국 한꺼번에 밀려 나가며 불량으로 드러난다. 보고서가 말한 국소적인 생산성 주머니와 하류의 혼란이 정확히 이 모양이다.
소프트웨어 밖의 예를 들면 더 분명해진다. 마케팅 조직이 AI로 콘텐츠 초안을 열 배로 뽑아낸다고 하자. 그런데 브랜드 검수와 법무 검토를 맡은 사람 수는 그대로다. 몇 주 지나면 초안은 쌓이고, 검토는 밀리고, 급한 것부터 건너뛰기 시작한다. 산출은 열 배인데 나가는 양은 그대로이고, 대신 검토를 거르고 나간 것들이 뒤늦게 문제를 만든다. 늘어난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대기열과 위험이다.
그래서 보고서는 가치 흐름 관리를 힘을 배가하는 장치로 꼽는다. 아이디어에서 고객까지 일이 흐르는 전 구간을 그려 놓고 보는 일이다. 전 구간을 보지 않으면 상류의 개선이 전체의 개선처럼 보인다. Vol. 56에서 본 기준선 문제가 여기서도 반복된다. 무엇과 비교해 좋아졌다고 말하는지가 답을 정한다.
조직 일반으로 옮기면 점검할 질문은 세 가지로 좁혀진다. 우리 공정에서 AI가 빠르게 한 구간은 어디인가. 그 바로 다음 구간의 처리 용량은 늘었는가. 늘지 않았다면 지금 어디에 쌓이고 있는가. 쌓이는 자리는 대개 사람 한둘의 이름으로 불린다. 모든 것이 그 사람의 검토를 거쳐야 하는 구조라면, AI 도입의 효과는 그 사람의 업무 시간에 갇힌다.
마지막으로 이 자료의 성격을 적어 둔다. 설문 기반 연구이고, 보고된 관계는 대부분 상관이다. 그래서 AI가 불안정성을 일으켰다고 단정하기보다, AI를 많이 쓰는 조직에서 불안정성이 함께 높게 관찰됐다고 읽는 편이 정확하다. 다만 증폭기라는 해석은 그 상관을 설명하는 데 잘 맞고, 리더가 손댈 수 있는 자리를 알려 준다는 점에서 쓸모가 있다.
증폭기라는 진단이 주는 위안은 없지만 쓸모는 크다. AI가 기대만큼 값을 내지 못하는 조직에서 문제는 대개 도구 선택이 아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손댈 자리가 분명하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미뤄 둔 것들이다.
리더가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로 줄어든다. 지금 이 도구를 모두에게 쥐여 주면, 우리 조직에서 가장 크게 자랄 것은 무엇인가. 답이 강점이라면 서둘러도 좋고, 답이 미뤄 둔 문제라면 순서를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