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부채
도구가 생긴 뒤에 사람이 손대는 일의 종류가 넓어지는 것이다. 같은 일을 더 빨리 하는 효율과 구분된다. 효율은 하던 일의 시간을 줄이고, 범위 확장은 하지 않던 일을 목록에 올린다. 이 연구에서 그것을 재는 방법이 단순하다. 같은 사람의 두 도구 사용 기록을 겹쳐 놓고, 한쪽에만 있고 다른 쪽에는 한 번도 없던 요청을 센다.
Section Ⅰ · 33 Seconds, 26 Minutes33초와 26분
도구가 혼자 일하는 시간이
50배 가까이 벌어졌다
에이전트를 평가하는 질문은 대개 하나로 모인다. 시간을 얼마나 줄여 주는가. 제러미 양과 공저자들이 2026년에 공개한 이 연구는 같은 자료로 다른 질문에도 답한다. 사람이 손대는 일의 종류가 달라졌는가.
설계가 깔끔한 이유는 비교 대상에 있다. 저자들은 한 회사의 두 제품에서 나온 실제 사용 기록을 썼다. 하나는 대화형 어시스턴트이고 다른 하나는 자율 에이전트다. 같은 회사, 같은 사용자층, 다른 작동 방식이다. 처음 던진 질의가 거의 같은 짝들을 골라 자연 실험처럼 쓴 대목도 있다.
먼저 자율성이다. 어시스턴트는 한 세션에 33초쯤 혼자 일했다. 자율 에이전트는 26분을 일했다. 어시스턴트 쪽 세션은 짧고 경계가 분명한 작업으로 채워진다. 질문에 답하거나 문장을 다듬는 일이다. 에이전트는 바깥 자료에 닿을 수 있어서, 웹을 돌아다니고 표를 다시 짜고 완성된 결과물을 내놓는 식으로 자율 행동의 사슬이 이어진다.
품질 쪽 지표도 있다. 질의당 불만족률은 에이전트 쪽이 55% 낮았다. 오래 혼자 두면 결과가 나빠지리라는 짐작과 반대 방향이다.
효율 수치도 저자들이 함께 내놓는다. 조건을 맞춘 작업에서 완료 시간이 269분에서 36분으로 줄었고, 사람이 어시스턴트만 쓸 때와 견주어 시간은 87%, 비용은 94% 줄어든다는 추정이다. 이 수치는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조건을 맞춘 작업이라는 범위가 붙어 있고, 비교 대상이 평소대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시스턴트를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뒤에 적을 이유로 이 연구에서 가장 덜 믿을 만한 숫자이기도 하다.
Section Ⅱ · From Doing to Checking하는 일에서 보는 일로
사람이 쓰는 시간의
성격이 바뀐다
자율성이 올라가자 사용자의 행동이 따라 움직였다. 저자들이 관찰한 변화는 두 갈래다.
첫째, 시간을 쓰는 방식이 바뀌었다. 직접 처리하는 대신 결과를 확인하고 덧붙이는 데 시간을 썼다. 저자들은 이 변화를 사람의 역할이 실행자에서 감독자 쪽으로 옮겨 가는 것으로 정리한다.
둘째, 들고 오는 일의 종류가 바뀌었다. 분석과 창작과 추상처럼 높은 수준의 사고가 필요한 요청의 비중이 올라갔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이 연구를 소개하며 전한 수치로는 에이전트 요청의 76%가 그런 종류였고 어시스턴트는 55%였다. 직종의 경계를 넘는 요청도 늘었다. 관리자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엔지니어가 재무 모형을 짜는 식이다.
가장 눈에 띄는 숫자가 여기 있다. 에이전트 질의의 약 23%는 같은 사용자의 어시스턴트 기록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종류의 요청을 담고 있었다. 같은 사람이다. 같은 기간이다. 다만 끝까지 해 줄 수 있는 도구가 생기자 비로소 해 볼 만해진 일이 있었다.
이 지점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가 있다. 도구를 들인 뒤 조직이 세는 것은 대개 아낀 시간이다. 그런데 아낀 시간은 하던 일에서만 나온다. 하지 않던 일이 목록에 올라오는 변화는 그 칸에 잡히지 않는다. 저자들의 권고도 그쪽이다. 에이전트가 줄여 준 시간뿐 아니라 새로 가능해진 교차 기능 업무가 무엇인지를 함께 재라는 것이다.
Vol. 59에서 다룬 것과 겹쳐 놓으면 그림이 맞는다. 그 편은 에이전트를 여럿 돌리는 사람이 목표를 세우고 일을 나누고 결과를 검수하게 되므로 관리라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아래로 퍼진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편은 그 주장을 사용 기록으로 받친다. 사람이 직접 하기보다 확인하고 덧붙이는 쪽으로 옮겨 갔다는 관찰이 그것이다.
Vol. 56과도 이어진다. 거기서 검수를 하나의 기술로 다뤘다. 이번 자료는 그 기술이 쓰이는 시간이 실제로 늘었다는 쪽을 가리킨다. 그리고 Vol. 39가 경고한 보이지 않는 청구서가 바로 이 칸에 들어온다. 산출은 눈에 보이고 그것을 확인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다. 26분 동안 혼자 일한 결과를 사람이 몇 분 들여다보는지는 어느 지표에도 적히지 않는다.
Section Ⅲ · Measure the Scope범위를 재야 한다
출처의 조건을
먼저 적어 둔다
이 연구를 쓰기 전에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저자 네 사람 가운데 세 사람이 연구 대상인 제품을 만든 회사 소속이다. 자료도 그 회사의 생산 환경에서 나왔다. 아직 학술지 심사를 거치지 않은 프리프린트이며, 한 플랫폼의 자료라 재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미 붙어 있다.
그래서 이 글은 숫자마다 무게를 다르게 둔다. 가장 덜 믿을 만한 쪽이 효율 추정치다. 시간 87%, 비용 94% 절감이라는 값은 조건을 맞춘 작업에 한정되고, 비교 대상도 어시스턴트를 쓰는 사람이며, 제품을 만든 쪽이 자기 제품의 성능으로 내놓는 종류의 수치다. 불만족률 역시 품질의 대리 지표일 뿐 결과의 정확성을 재지 않는다.
반대로 범위에 관한 관찰은 상대적으로 단단하다. 같은 사용자의 두 기록을 겹쳐 놓고 한쪽에만 있는 요청을 세는 일은 제품을 좋게 보이게 하려고 만들어 내기 어려운 종류의 측정이다. 사용자가 무엇을 더 많이 물었는지보다 무엇을 처음 물었는지를 세기 때문이다. 직종 경계를 넘는 요청이 늘었다는 관찰도 마찬가지다.
그 관찰을 받아들이면 리더에게 떨어지는 과제가 분명해진다. 저자들이 직접 적는 것도 이것이다. 에이전트가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일의 종류를 넓히므로, 조직의 역할을 다시 짜서 결과가 큰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 과제가 급한지는 Vol. 85와 겹쳐 보면 드러난다. 그 편에서 본 것은 권한과 책임이 어긋난 자리에서 사람이 시스템을 계속 뒤집는다는 구조였다. 이번 편이 더하는 것은 그 어긋남이 생기는 새 자리다. 관리자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엔지니어가 재무 모형을 짤 때, 그 산출을 누가 검토하고 누가 책임지는지는 조직도에 적혀 있지 않다. 직무 기술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기준으로 쓰였는데 할 수 있는 일이 바뀌었다.
Vol. 60과도 이어 둘 자리가 있다. 그 편에서 AI가 늘린 것은 시간이 아니라 같은 시간 안의 밀도였다. 이번 자료는 그 밀도가 어디서 오는지 한 가지 경로를 보여 준다. 전에는 엄두를 내지 않던 일이 가능해지면 그 일은 누군가의 하루로 들어간다. 가능해졌다는 말과 할 사람이 생겼다는 말은 다르다.
마지막으로 측정 방법 하나를 옮겨 둔다. 이 연구가 범위 확장을 잰 방식은 조직에서도 쓸 수 있다. 도구를 들이기 전 분기의 업무 목록과 들인 뒤 분기의 목록을 나란히 놓고, 뒤쪽에만 있는 항목을 세는 것이다. 그 목록이 이번 분기에 늘어난 일이고, 아낀 시간과 상계되지 않은 일이다.
에이전트를 들인 조직이 가장 먼저 만드는 표는 시간 절감표다. 그 표는 만들기 쉽고 발표하기 좋다. 다만 이 연구의 자료에서 가장 크게 움직인 칸은 그 표에 없다.
같은 사람이 전에는 묻지 않던 것을 묻기 시작했다. 조직이 세어야 할 것은 그 목록이고, 그 목록에 적힌 일들이 지금 누구의 하루에 들어가 있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