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48 · Humble Inquiry 사람 · Deep read
Edgar Schein · Humble Inquiry (2013)

이미 아는 말을
들을 때,
대화는 닫힌다
누군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알려 준다고 해 보자. 고맙기보다 머쓱하고, 그다음 말을 잇기가 어려워진다. 좋은 뜻으로 한 말이 관계를 닫는 순간이다.

에드거 샤인은 산책길에서 버섯을 보다가 낯선 사람에게서 '그 버섯은 독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는 고마움 대신 불편함을 느꼈고, 그 뒤로 대화를 잇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말해 주기 대신 물어보기를 권한다. AI가 답을 즉시 내주는 시대에, 리더가 가장 쉽게 놓치는 것이 이 순서다.

The Telling Reflex말해 주려는 반사
Here-and-Now Humility지금 이 순간의 겸손
Ask First묻고 나서 말한다
원전
Humble Inquiry: The Gentle Art of Asking Instead of Telling Edgar Schein (2013) · Huang et al., JPSP (2017) · Kluger & DeNisi (1996)
Previously on Vol. 47
인사이트 대신 아웃사이트생각을 바꾸려면 먼저 행동해 봐야 한다. 리더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고민할 때보다, 낯선 일과 낯선 사람 사이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리더로 알아봐 줄 때 만들어진다.
용어 · 이 글에서의 정의
겸손한 질문 Humble Inquiry

이 글에서 '겸손한 질문'은 조직심리학자 에드거 샤인이 쓴 말로, 내가 답을 모르는 것을 묻는 일을 뜻한다. 그는 이것을 상대를 끌어내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답을 알면서 확인하려고 던지는 질문이나, 내 생각으로 상대를 몰아가는 질문은 여기에 들지 않는다. 호기심에서 나온 질문이라야 관계가 열린다는 뜻이다.

Section Ⅰ · The Telling Reflex말해 주려는 반사

좋은 뜻으로 한 말이
대화를 닫을 때가 있다

누군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 준다고 해 보자. 아마 고맙다는 마음보다 머쓱한 기분이 먼저 들 것이다. 알고 있었다고 말하자니 방어적으로 들릴 것 같고, 그냥 넘어가자니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대화는 거기서 멎는다. 상대는 분명 도우려 했는데 결과는 반대가 된다.

조직심리학자 에드거 샤인은 2013년에 낸 책 『Humble Inquiry』를 바로 이런 경험으로 시작한다. 산책길에 야생 버섯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 그 버섯 중에는 독이 있는 것, 심하면 목숨을 앗아 갈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알려 주었다. 샤인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는 고마움 대신 불편함을 느꼈고, 무엇보다 그 여성과 더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색해졌다고 적는다. 그 여성이 질문은 하나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소개한 제이드 개럿은 자신이 겪은 비슷한 장면을 덧붙인다. 두 살이 다 된 딸과 카페에 갔을 때, 딸이 유아용 의자보다 큰 의자를 좋아해서 일부러 유아용 의자를 가져오지 않았다. 그때 옆자리 손님이 몸을 기울여 말했다. "여기 유아용 의자 있는 거 아세요?" 분명 도우려는 말이었지만, 답하기가 난감했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 쉽게 말해 주는 쪽을 고를까. 샤인은 문화의 문제를 짚는다. 그는 자신이 속한 미국 사회를 개인주의적이고, 경쟁적이며, 낙관적이고, 실용적인 문화라고 요약했다. 이런 곳에서는 무언가를 아는 것이 좋은 일이고, 아는 것을 드러내는 일도 자연스럽다. 게다가 우리는 관계를 쌓는 일보다 일을 끝내는 일을 더 높이 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남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는 것이 더 허용되고, 때로는 그것이 리더의 일이라고 기대되기까지 한다.

말해 주기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확인되지 않은 전제가 하나 깔려 있다. 내가 알려 주려는 그것을 상대가 모른다는 전제다. 상대가 정말 모르는지는 물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모르고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 말은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앞의 두 장면처럼 관계만 서먹하게 만든다.

알려 주는 말이 얼마나 자주 빗나가는지는 피드백 연구가 보여 준다. 아브라함 클루거와 안젤로 데니시는 1996년 『Psychological Bulletin』에 피드백 연구를 모아 정리한 메타분석을 실었다. 실험 607건을 분석한 결과 피드백은 평균적으로는 성과를 올렸지만, 3분의 1이 넘는 경우에는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렸다. 잘 알려 주려던 말이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들거나 주의를 엉뚱한 곳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알려 주기는 생각만큼 안전한 기본값이 아니다.

Feedback
607
클루거와 데니시가 1996년 메타분석에 모은 피드백 실험 수
Backfired
1/3
그 가운데 피드백이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린 비율. 알려 주기는 안전한 기본값이 아니다
Asking
호감
질문을, 특히 후속 질문을 많이 한 사람이 더 호감을 얻었다 (Huang 외, 2017)
Origin
1965
샤인과 베니스가 심리적 안전감 개념을 경영 연구에 들여온 해

Section Ⅱ · Here-and-Now Humility지금 이 순간의 겸손

겸손은 성격이 아니라
그 순간의 인정이다

샤인이 말해 주기의 반대편에 놓은 것이 겸손한 질문이다. 그는 이것을 이렇게 정의했다.

"상대를 끌어내는 섬세한 기술, 내가 답을 이미 알지 못하는 질문을 던지는 일,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위에 관계를 쌓는 일." (Edgar Schein, Humble Inquiry, 2013 · 겸손한 질문의 정의)

여기서 말하는 겸손은 늘 자신을 낮추는 성격이나 태도가 아니다. 샤인은 겸손을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기본적인 겸손이다. 어른들이 서로에게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를 말한다. 둘째는 선택적인 겸손이다.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룬 사람 앞에서 느끼는 감정이며, 그런 자리에 나를 둘지는 내가 고를 수 있다. 셋째가 이 책의 핵심인 지금 여기의 겸손이다.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을 해내려면 상대가 가진 지식이나 능력이 필요할 때 생기는 겸손이다.

세 번째 겸손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것은 신분이나 나이에서 오지 않고, 지금 이 일에서 내가 상대에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 겸손을 인정하는 순간 나는 스스로를 조금 약한 자리에 놓게 된다. 동시에 상대에게는 힘이 생긴다. 나를 도울 수도 있고 돕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샤인이 보기에 좋은 관계는 바로 이 인정에서 시작된다.

조직에서 이 겸손이 특히 어려운 이유도 분명하다. 리더는 답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다. 모른다고 말하면 자리가 흔들릴 것 같다. Vol. 28에서 다룬 것처럼 위계가 가파른 곳에서는 이 부담이 더 크다. 그래서 지금 여기의 겸손은 성격 좋은 사람이 저절로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매번 의식해서 선택해야 하는 행동에 가깝다.

여기서 Vol. 03과 구분해 둘 것이 있다. 거기서는 리더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다뤘다. 아무도 던지지 않은 큰 질문이 변화를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이 글의 질문은 크기보다 순서의 문제다. 말해 주기 전에 먼저 묻는가를 본다. 앞의 질문이 전략의 도구라면, 이 질문은 관계의 문을 여는 방식이다.

Three Kinds of Humility
샤인이 나눈 세 가지 겸손
01
기본적인 겸손
Basic · 서로에게 지키는 예의
사회에서 어른들이 서로에게 지키는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다. 누구에게나 기본으로 요구되며, 특별한 선택이 필요하지 않다.
02
선택적인 겸손
Optional · 성취 앞에서 느끼는 것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룬 사람 앞에서 느끼는 겸손이다. 그런 사람 곁에 설지 말지를 내가 고를 수 있어서 선택적이라 부른다.
03
지금 여기의 겸손
Here-and-Now · 기대고 있다는 인정
지금 이 일을 해내려면 상대가 아는 것이 필요할 때 생긴다. 내가 그에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며, 겸손한 질문은 여기서 나온다.

Section Ⅲ · Ask First묻고 나서 말한다

질문은 예의가 아니라
관계를 바꾸는 행동이다

묻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무엇이 달라질까. 카렌 황과 동료들이 2017년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가 이를 보여 준다. 연구진은 실제로 주고받은 대화를 분석해, 질문을 많이 한 사람, 그중에서도 상대의 답을 받아 이어 가는 후속 질문을 많이 한 사람이 대화 상대에게 더 큰 호감을 얻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스피드 데이팅 자료에서는 후속 질문을 더 많이 한 사람이 다음 만남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았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 경험이 즐거웠던 만큼 질문한 사람을 좋게 느낀다는 것이다.

듣는 방식도 결과를 바꾼다. 가이 이츠하코프와 아브라함 클루거는 201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주의 깊고 판단하지 않는 듣기가 말하는 사람을 덜 방어적으로 만들고, 자기 생각을 한쪽으로 몰아가지 않게 해 준다고 정리했다. 앞에서 본 피드백 연구의 저자가 내린 결론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잘 알려 주는 기술을 오래 연구한 사람이, 잘 듣는 일의 힘을 말하고 있다.

샤인에게 이 주제는 심리적 안전감과 이어진다.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말을 경영 연구에 들여온 사람이 바로 샤인과 워런 베니스였다. 두 사람은 1965년 책에서 이것을 집단의 현상으로 보고, 사람이 '나는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나는 쓸모 있는가'를 걱정하는 마음을 줄여 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겸손한 질문은 이 안전감을 키운다. 상대에게만 있는 지식과 관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들려 달라고 청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계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질문을 받아도 솔직하게 답하지 못한다. 그러니 겸손한 질문은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안전감이 있어야 성립하기도 한다. Vol. 12에서 본 곁에 있는 일과 Vol. 28에서 본 말할 수 있는 위계가 함께 놓여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지금의 사정을 하나 덧붙이고 싶다. 이것은 필자의 해석이다. AI는 어떤 질문에도 그럴듯한 답을 즉시 내놓는다. 그래서 알려 주기의 비용이 거의 없어졌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요약을 받아 두면 누구나 아는 사람처럼 말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답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이미 알고 있는지, 무엇을 겪고 있는지는 말해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답이 흔해질수록, 먼저 묻는 리더는 드물어진다.

Before You Tell · 알려 주기 전에
겸손한 질문을 연습하는 다섯 가지
01
시간을 내어 온전히 집중했는가?
화면을 보면서 던지는 질문은 질문으로 들리지 않는다. 짧아도 좋으니 상대에게 온전히 주의를 두는 시간을 만든다.
02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지 먼저 물었는가?
해결책을 꺼내기 전에 지금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가장 신경 쓰이는지를 호기심에서 묻는다. 답을 알고 던지는 확인 질문과는 다르다.
03
짐작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가?
"이건 이래서 그런 거죠"라는 말이 먼저 나오면 상대는 설명할 자리를 잃는다. 내 짐작을 잠시 접어 두는 것이 겸손한 질문의 출발이다.
04
열린 질문과 사례를 청했는가?
예와 아니오로 끝나는 질문 대신 어떻게, 무엇을로 시작하는 질문을 쓴다.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던 장면을 하나 들려 달라고 청하면 대화가 구체적으로 바뀐다(Huang 외, 2017).
05
다음 걸음을 함께 정했는가?
상대 대신 결정해 주는 대신, 무엇을 먼저 해 볼지 같이 정한다. 그래야 실행의 주인이 상대에게 남는다(Vol. 12).

샤인은 겸손한 질문에 정답지나 대본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상황마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해 보고 무엇이 통했는지 돌아보며 익히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 글의 다섯 가지도 지켜야 할 규칙보다 연습해 볼 시작점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기에 앞서 그 마음이다. 상대가 나에게 없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인정 말이다.

샤인과 오래 함께 일한 워런 베니스는 리더가 되는 과정이 온전한 한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과 비슷하거나 같다고 말했다. 겸손한 질문은 그 과정의 한 걸음이다. 다음 대화에서 알려 주고 싶은 말이 목까지 올라올 때, 한 번만 먼저 물어보자. 상대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Synthesis · Vol. 48

말해 주는 순간,
나는 상대가 모른다고 가정한다

무언가를 알려 주는 말에는 '당신은 이것을 모른다'는 전제가 숨어 있다. 그런데 상대가 정말 모르는지는 확인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 말은 도움이 되지 못하고 관계만 서먹하게 만든다. 샤인은 그 반대편에 겸손한 질문을 놓았다. 답을 이미 아는 질문이 아니라, 정말 모르는 것을 묻는 일이다.

이 태도는 성격이 아니라 그 순간의 판단에서 나온다. 샤인은 이것을 '지금 여기의 겸손'이라 불렀다. 지금 이 일에서는 상대가 나보다 더 아는 것이 있고, 그래서 내가 그에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물어 오는 리더 앞에서 사람들은 더 말하게 되고, 그 말이 쌓인 곳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자란다.

Edgar Schein · 2013 — Leadership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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