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걸린 가로대
같은 자리를 원격으로 내걸 때 공고가 더 요구하게 되는 몫이다. 보수에 붙는 웃돈과 방향이 반대다. 보수 프리미엄은 조직이 사람에게 더 주는 것이고, 이것은 조직이 사람에게 더 요구하는 것이다. 비교는 같은 직종과 같은 고용주, 같은 해 안에서 이뤄진다. 그래야 자리의 성격이나 회사의 눈높이가 아니라 원격 여부만 달라진 짝을 볼 수 있다.
Section Ⅰ · Fifty Million Postings5,000만 건의 공고
장소를 바꾼 결정이
사람을 고르는 기준까지 옮겼다
원격근무를 둘러싼 논쟁은 대개 두 가지를 다툰다. 생산성이 오르는가, 그리고 사무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가. 시난 왕과 러톈 장, 전위 랴오가 2026년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에 실은 연구는 세 번째 칸을 연다. 자리를 원격으로 돌린 조직이 그 자리에 누구를 앉히려 하는가.
자료는 공고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유럽 28개국의 온라인 채용 공고 5,000만 건 이상을 모아, 어떤 자리가 전면 원격인지 가려내고 공고가 요구하는 기술과 학력과 경력을 뽑아냈다. 추적한 기술은 13,890개다.
비교를 어떻게 짰는지가 이 연구의 뼈대다. 원격 공고와 대면 공고를 그냥 견주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원격으로 돌리는 자리와 그러지 않는 자리는 애초에 성격이 다르고, 원격을 내거는 회사와 그러지 않는 회사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진은 같은 직종, 같은 고용주, 같은 국가, 같은 해 안에서 짝을 지었다. 가능한 한 원격 여부만 달라지도록 좁힌 것이다.
그렇게 좁힌 비교에서 원격 공고는 요구 기술을 25% 더 적었다. 경력도 조금 더 요구했고 학력 조건도 조금 더 높았다. 학력 쪽 차이는 경력 쪽보다 작았다.
늘어난 요구가 어느 방향인지도 갈라 뒀다. 인지적 기술, 동료와의 상호작용, 고객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정보통신 기술에서 기대가 함께 올라갔다. 혼자 조용히 일할 사람을 찾는 쪽으로 간 것이 아니다. 떨어져 있는 채로도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더 요구했다.
공고는 회사가 쓰는 글이니 실제 채용과 다를 수 있다. 연구진이 사전등록된 실험을 따로 돌린 이유가 거기 있다. 같은 28개국에서 채용 경험이 있는 정규직 1,250명을 모아 18개 직무기술서 가운데 하나를 읽히고, 원격본과 대면본을 무작위로 배정했다. 같은 자리의 원격본을 읽은 사람들이 더 많은 기술과 더 긴 경력을 요구했다. 어떤 회사가 원격 공고를 내는가의 문제로 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Section Ⅱ · Why the Bar Rises문턱이 올라가는 이유
세 가지 설명이 있고
마지막 하나가 문제를 닫는다
왜 같은 자리에 더 요구하게 되는지, 연구진은 세 가지를 든다.
첫째는 넓어진 지원자 풀이다. 원격으로 내걸면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 많아진 지원서를 감당하려면 거르는 기준을 올리게 된다. 요구 조건은 그 자리에 필요한 역량의 목록이면서 동시에 지원자를 줄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둘째는 검증 가능한 자격에 대한 의존이다.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줄면 면접에서 받던 인상과 평판을 덜 쓰게 되고, 그 빈자리를 서류에 적히는 것들이 채운다. 자격증과 경력 연수처럼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다.
셋째가 문제를 닫는 설명이다. 원격에서는 가르치기 어렵다. 일하면서 어깨 너머로 전해지던 것들, 곧 말로 정리되지 않은 지식은 떨어져 있을 때 잘 건너가지 않는다. 그래서 관리자는 덜 가르쳐도 되는 사람을 찾는다.
이 설명이 자료와 맞는지는 프리미엄이 어디서 컸는지를 보면 확인된다. 원격 프리미엄은 원래 현장에서 가르치며 키우던 직종에서 가장 컸다. 지역에서 자격을 갖춘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던 자리에서도 컸다. 반대로 실업률이 높아 고용주가 이미 까다롭게 고를 수 있었던 지역에서는 프리미엄이 작았다. 문턱을 올릴 여지가 이미 쓰이고 있던 곳에서는 원격이 더 올릴 것이 없었다는 뜻이다.
실무에서 더 쓸모 있는 구분은 따로 있다. 효과는 전면 원격에서 가장 컸고, 하이브리드 공고는 대면 공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격근무 자체가 문제를 만든다는 읽기는 이 자료와 맞지 않는다. 가르치는 자리가 사라질 만큼 떨어뜨려 놓았을 때 생기는 일이다.
식별 전략도 적어 둘 만하다. 연구 기간이 팬데믹과 겹치는데, 봉쇄 정책은 나라와 해에 따라 달랐다. 스웨덴의 조치는 프랑스나 영국보다 느슨했다. 연구진은 그 차이를 이용해 원격 여부의 효과를 떼어 냈다.
Section Ⅲ · Who Pays for It그 값을 치르는 사람
조직의 장부에는
이 비용이 적히지 않는다
원격을 결정할 때 조직이 보는 표에는 사무실 비용과 이동 시간, 그리고 채용할 수 있는 지역의 범위가 들어간다. 세 칸 모두 원격에 유리하게 나온다. 이 연구가 더하는 칸은 그 표에 없다.
러톈 장이 결과에 붙인 말이 짧고 분명하다. 훈련이 필요한 신입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그리는 고리는 이렇게 돈다. 원격에서 가르치기 어려우니 경력자를 더 뽑고, 경력자를 더 뽑으니 신입 자리가 줄고, 신입 자리가 줄면 경험 없는 유망한 사람들이 들어올 입구가 닫힌다.
안에 있는 사람에게도 같은 일이 생긴다. 내부 이동이 어려워진다. 자리를 옮기려는 직원은 이제 전국에서, 때로는 여러 나라에서 지원한 더 완성된 사람들과 겨뤄야 한다. 조직이 사람을 키워 옮겨 앉히는 경로가 그만큼 좁아진다.
Vol. 11에서 사라진 사다리를 다뤘다. AI가 신입의 일을 대신할 때 다음 세대를 누가 훈련하느냐는 물음이었다. 이번 편은 같은 사다리가 다른 이유로 짧아지는 장면을 보여 준다. 여기서는 기술이 일을 가져간 것이 아니다. 일하는 자리를 떨어뜨려 놓자 가르치는 일이 비싸졌고, 조직이 그 비용을 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Vol. 65와도 짝이 맞는다. 그 편에서 22세에서 25세 사이 AI 노출 직군의 고용이 또래 추세보다 19% 아래였고, 그 감소가 해고가 아니라 채용에서 일어났다는 자료를 봤다. 입구가 조용히 좁아지는 방식이 같다. 아무도 내보내지 않고, 아무도 막지 않고, 공고의 요구 줄이 한 줄씩 길어질 뿐이다.
한계도 적어 둔다. 자료는 유럽 28개국이고 기간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다. 팬데믹이 원격을 밀어붙인 시기라 그 뒤의 정착기와 다를 수 있다. 공고는 회사가 쓰는 글이므로 실제 채용 결과와 어긋날 여지가 있고, 그 약점을 메우려고 실험을 붙였지만 실험 쪽은 가상의 직무기술서를 읽은 판단이다. 보도에 따라 숫자가 조금씩 다르게 전해진다는 점도 덧붙인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같은 연구를 소개하며 25%에서 42% 범위로 적었고, 연구 요약과 대학 보도자료 쪽은 25%로 적는다. 이 글은 뒤쪽을 따랐다.
처방은 원격을 접으라는 쪽으로 가지 않는다. 자료가 가리키는 자리가 더 좁다. 전면 원격에서만 크게 나타났고 하이브리드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니, 다뤄야 할 것은 근무 형태 전체가 아니라 가르치는 일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디에 둘지 정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떨어뜨리면, 조직은 가르치는 비용을 아끼는 대신 가르칠 사람을 뽑지 않는 쪽으로 간다.
원격을 두고 조직이 내리는 결정은 대개 유연성과 비용의 문제로 다뤄진다. 이 연구가 권하는 것은 같은 결정을 다른 표에 올려 보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데려다 어떻게 키울 것인가의 표다.
그 표에서 보면 전면 원격은 사람을 더 넓게 구하는 선택이면서, 동시에 이미 다 배운 사람을 구하는 선택이다. 둘은 같은 결정의 앞뒤다. 앞쪽만 세어 두면 뒤쪽은 몇 해 뒤 사람이 없다는 말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