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는 길은 어둡다
문제를 받았을 때 어느 방향부터 뒤지는가를 말한다. 선택과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두 해법을 놓고 하나를 고르는 일은 선택이고, 한쪽 해법이 애초에 목록에 오르지 않는 일은 탐색이다. 이 편이 다루는 것은 뒤쪽이다. 빼는 해법이 졌다기보다 후보에 들지 못했다. 그래서 더 좋은 기준을 세우는 일로는 고쳐지지 않는다.
Section Ⅰ · The Default Search기본값이 된 탐색
절차는 늘기만 하고
줄어드는 법이 없다
어느 조직에서나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사고가 한 번 나면 점검 단계가 하나 붙는다. 그 단계가 다음 사고를 막았는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지만, 없애자는 말은 더 나오지 않는다. 몇 해가 지나면 승인은 다섯 단계가 되고, 아무도 다섯 단계를 설계한 적은 없다.
이 현상의 설명으로 보통 관료제나 책임 회피가 동원된다. 빼면 책임을 져야 하고 더하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맞는 설명이고, 다만 한 걸음 늦게 시작한다. 가브리엘 애덤스와 공저자들이 짚은 것은 그 앞이다. 빼는 선택지가 회의에 올라오기나 했는가.
연구진은 실험 여덟 건으로 이 질문을 쟀다. 과제는 단순하다. 참가자에게 무언가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더하는 해법과 빼는 해법이 모두 가능하도록 설계한다. 흔들리는 레고 구조물을 안정시키는 과제에서는 기둥을 하나 더 세울 수도 있고 걸리적거리는 블록을 하나 빼낼 수도 있다. 격자의 대칭을 맞추는 과제에서는 빈 칸을 채울 수도 있고 칠해진 칸을 지울 수도 있다.
결과는 한 방향이었다. 사람들은 구성 요소를 더하는 해법을 먼저 찾았다. 빼는 쪽이 더 적은 조작으로 목표에 닿는 상황에서도 그 해법을 덜 찾아냈다. 저자들의 표현으로, 사람은 기존 요소를 제거하는 해법보다 새 요소를 더하는 해법을 찾는 쪽을 기본값으로 삼는다.
이것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두 해법을 나란히 놓고 더하기를 고른 것이 아니다. 빼기가 후보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나은 판단 기준을 세우는 일로는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기준은 후보가 있어야 쓸 수 있다.
Section Ⅱ · Three Conditions세 가지 조건
세 조건이
회의실에 다 있다
연구가 실무에 쓸모 있는 이유는 언제 이 편향이 세지는지 밝혔기 때문이다. 세 가지 조건에서 사람들은 유리한 빼기 해법을 덜 찾아냈다.
첫째, 빼기를 고려하라는 단서가 없을 때다. 한 줄의 안내가 결과를 바꿨다. 조직의 회의에는 그 한 줄이 없다. 개선안을 가져오라는 요청에 무엇을 없앨지 포함하라는 말이 붙는 경우는 드물다.
둘째, 더하기 전략의 한계를 알아챌 기회가 여러 번이 아니라 한 번뿐일 때다. 반복해서 부딪히면 사람들은 스스로 방향을 바꾼다. 한 번에 끝나면 그러지 못한다. 조직의 검토는 대개 한 번이다. 안을 올리고, 승인이 나고, 넘어간다.
셋째, 인지 부하가 높을 때다. 머리가 바쁘면 기본값으로 간다. 빼는 해법을 찾으려면 지금 있는 것 중 무엇이 쓸모없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그 따짐에는 여유가 든다. 더하기는 그런 점검 없이 가능하다.
세 조건을 나란히 놓으면 조직의 평일이 된다. 아무도 빼기를 제안하라고 말하지 않고, 검토는 한 번에 끝나고, 모두가 바쁘다.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무능해서 절차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이 편향이 가장 세게 작동하는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를 읽을 때의 조건도 적어 둔다. 발표 뒤에 설계를 두고 반론이 나왔다. 격자 과제의 자극 구성이 더하기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지적을 포함해, 실험 설계가 결과를 일부 만들어 냈을 가능성을 짚는 논평이 학술지에 실렸다. 그러니 효과의 크기를 그대로 받기보다는 방향과 조건을 쓰는 편이 안전하다. 세 조건이 가리키는 처방은 설계 논쟁과 무관하게 해 볼 만한 것들이다.
Section Ⅲ · Cheaper to Add더하기가 싸질 때
붙이는 비용이 내려가면
기울기는 더 가팔라진다
이 편향이 지금 커지고 있다고 볼 이유가 있다. 더하는 쪽의 비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전에는 승인 단계 하나를 붙이려면 양식을 만들고 담당자를 정하고 교육을 해야 했다. 대시보드 하나를 더하려면 사람이 붙어 몇 주를 썼다. 그 비용이 브레이크 노릇을 했다. 지금은 점검 하나, 자동 검증 하나, 보고 화면 하나를 붙이는 품이 크게 줄었다. 브레이크가 약해지면 기본값이 더 멀리 간다.
Vol. 39에서 통합 부채를 다뤘고 Vol. 61에서 상류가 빨라질수록 하류가 막힌다고 썼다. 두 편이 가리킨 문제는 맞물림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이번 편은 그 맞물림이 왜 한 방향으로만 늘어나는지를 설명한다. 더하는 해법만 후보에 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Vol. 70과 정면으로 이어진다. 거기서 꼬리 위험을 줄이는 유일한 조작이 의존성을 끊어 범위를 쪼개는 일이라고 썼다. 그 조작이 바로 빼는 종류다. 분포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사람에게 가장 안 떠오르는 수단인 셈이다. 예비비를 더 쌓자는 안은 쉽게 나오고, 범위를 줄이자는 안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실무에서 가장 값싼 처방은 첫째 조건에서 나온다. 단서 한 줄이다. 개선안을 요청하는 문서에 무엇을 없앨지 적는 칸을 넣는 것, 분기 검토에 폐기 목록을 한 항목으로 두는 것 정도다. 효과가 보장되지는 않지만 비용이 거의 없고, 연구가 지목한 조건을 직접 건드린다.
조금 더 든든한 처방은 둘째 조건이다. 한 번만 보는 구조를 두 번 보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설계안이 나온 뒤 며칠 두었다가 뺄 것만 보는 자리를 따로 여는 식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안을 두 번째로 볼 때 다르게 본다는 것이 이 연구가 보여 준 바다.
마지막으로 셋째 조건은 조직이 가장 다루기 어려운 자리다. 한가할 때 결정하라는 조언은 현실에서 지키기 어렵다. 다만 어떤 결정을 바쁜 주에 하지 않을지 정도는 정할 수 있다. 절차를 늘릴지 결정하는 회의가 분기 마감 주에 잡혀 있다면, 그 회의는 더하기 쪽으로 기울어 있다. Vol. 60에서 하루 안의 틈이 메워졌다고 썼는데, 그 틈이 사라진 조직에서는 빼자는 제안도 함께 사라진다.
절차가 많은 조직을 보면 우리는 누가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묻는다. 대개 답이 없다. 각 단계는 그때 필요했고, 붙인 사람은 옳은 일을 했다. 문제는 그 뒤에 아무도 빼는 쪽을 뒤져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러니 물어야 할 것은 이 단계가 필요한가가 아니다. 지난 분기에 우리가 없앤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다. 없다면 기준이 느슨해서가 아니라, 그 질문을 한 사람이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