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9 · The Renaissance of Management 사람 · Deep read
Van Quaquebeke et al. (2026) · Rajan & Wulf (2006) · Wulf (2012)

관리는
사라지지 않고
퍼진다
AI 에이전트를 여러 개 쓰는 직원은 목표를 정하고, 일을 나누고, 진행을 보고, 틀어지면 개입한다. 예전에 서로 다른 관리 계층이 나눠 하던 일을 한 사람이 오가며 하게 된다는 뜻이다.

중간 관리층을 줄이는 조직이 늘고 있다. 그런데 관리라는 일은 줄지 않는다. 자리가 사라진 만큼 그 일은 아래로 내려간다. 문제는 그 일을 하게 된 사람들이 한 번도 관리를 배운 적이 없다는 데 있다. 그리고 지난 평탄화의 기록은 한 가지를 더 경고한다.

The Work Spreads일이 아래로 퍼진다
Flattening Is Not New평탄화는 처음이 아니다
Send the Training Down훈련도 함께 내려보낸다
원전
Everyone a Manager Van Quaquebeke 외(Leadership Quarterly 2026) · Rajan & Wulf(2006) · Wulf(2012)
Previously on Vol. 58
같은 사람들이었다GM 최악의 공장이 2년 뒤 최고가 됐다. 사람은 대부분 그대로였고, 바뀐 것은 일하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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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 이 글에서의 정의
평탄화 Flattening · Delayering

조직의 계층을 줄이고 한 관리자가 맡는 인원을 늘리는 일을 말한다. 오래된 처방이고, 대체로 같은 약속과 함께 온다. 결정이 현장으로 내려가 빨라진다는 약속이다. 이 글에서 보려는 것은 그 약속이 실제로 지켜졌는지, 그리고 지금 다시 벌어지는 평탄화는 무엇이 다른지다.

Section Ⅰ · The Work Spreads일이 아래로 퍼진다

자리가 줄어도
그 일은 줄지 않는다

에이전트를 서너 개 돌리며 일하는 사람의 하루를 뜯어보면 익숙한 장면이 나온다. 아침에 무엇을 할지 정하고, 일을 조각으로 나눠 각각에 맡기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어긋난 것을 발견하면 끼어들어 방향을 고친다. 결과를 받아 쓸 만한지 판단하고, 쓸 만하지 않으면 다시 시킨다.

이것은 관리자가 하던 일이다. 2026년 리더십 쿼털리에 실린 글은 이 변화를 '관리의 르네상스'라고 부른다. 저자들은 에이전트를 운용하는 직원이 최고 경영진의 일, 중간 관리자의 일, 현장 감독의 일 사이를 계속 오가게 된다고 본다. 목표를 세우는 것은 위쪽 일이고, 일을 배분하고 조율하는 것은 가운데 일이며, 진행을 지켜보고 바로잡는 것은 아래쪽 일이다. 예전에는 세 사람이 나눠 하던 것을 이제 한 사람이 번갈아 한다.

다만 이 글의 성격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현장 실험이나 조사 결과가 아닌, 앞으로의 변화를 정리한 개념적 논의다. 그러니 결론으로 받기보다 질문으로 받는 편이 맞다. 그래도 질문 자체는 날카롭다. 관리라는 일이 아래로 퍼지고 있다면, 그 일을 하게 된 사람들은 그것을 배운 적이 있는가.

대부분은 없다. 조직에서 관리를 가르치는 시점은 보통 관리자로 승진한 뒤다. 목표를 어떻게 쓰는지, 일을 어떻게 쪼개 맡기는지, 중간에 어떻게 확인하는지, 결과가 나쁠 때 어떻게 되돌리는지를 그때 배운다. 그런데 지금은 승진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 일을 먼저 하게 됐다. 도구는 왔는데 훈련은 오지 않았다.

Direct Reports
4.5→7
미국 대기업 300여 곳에서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자리 수(1986→1999)
Layers
↓
같은 기간 사업부장과 최고경영자 사이의 계층 수. 평탄화는 실제로 일어났다
Decisions
↑
그런데 층을 걷어낸 회사에서 결정은 위로 모였다. 약속과 반대 방향이었다
Roles
3→1
상·중·하 관리 역할을 한 사람이 오가며 맡게 된다는 2026년 논문의 전망

Section Ⅱ · Flattening Is Not New평탄화는 처음이 아니다

층을 걷어낸 뒤
결정은 어디로 갔나

지금의 변화를 새로운 일로만 보면 지난 기록에서 배울 것을 놓친다. 계층을 줄이자는 처방은 40년 가까이 반복돼 왔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길게 추적한 연구가 있다.

라구람 라잔과 줄리 울프는 미국 대기업 300여 곳의 관리직 직무 기술서와 보고 관계, 보수 자료를 모아 1986년부터 1999년까지를 들여다봤다. 평탄화는 분명히 일어났다.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자리는 4.5개에서 7개 가까이로 늘었고, 사업부장과 최고경영자 사이의 계층은 줄었다. 가까워진 사업부장들은 보수와 장기 인센티브도 더 받았다. 조직도만 바뀐 것이 아님을 뜻한다.

문제는 무엇이 달라졌느냐다. 평탄화는 늘 같은 약속과 함께 왔다. 층을 걷어내면 결정이 현장으로 내려가 고객에게 빨라지고 책임이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울프가 2012년에 내놓은 정리는 그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층을 걷어낸 회사에서 통제와 의사결정이 오히려 위쪽에 더 모이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평탄화가 약속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중간을 걷어내면 위에 있는 사람이 보고를 더 직접 받게 된다. 거르는 사람이 없으니 더 많은 것이 올라오고, 올라온 것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 자리를 없애는 일은 하루면 되지만, 권한을 내려보내는 일은 기준과 훈련과 신뢰가 함께 가야 한다. 앞의 것만 하면 뒤의 것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는다.

지금의 평탄화에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예전에는 중간 관리자의 일이 남은 사람들에게 나뉘었다면, 지금은 그 일의 일부가 도구에게도 간다. 상태를 모으고 정리해 보고하는 일은 Vol. 30에서 본 것처럼 도구가 상당 부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목표를 정하고, 어긋난 것을 알아보고, 멈출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은 남는다. 그 남은 일이 누구에게 갔는지가 이번 평탄화의 성패를 가른다.

Three Things to Send Down With the Work
일과 함께 내려보낼 세 가지
01
결정 권한
Authority · 어디까지 혼자 정하는지 적는다
일만 내려가고 권한이 올라가면 병목이 생긴다. 금액, 범위, 되돌릴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혼자 정할 수 있는 선을 적어 둔다(Vol. 17).
02
관리 기술
Craft · 승진 전에 가르친다
목표를 쓰는 법, 일을 쪼개 맡기는 법, 중간에 확인하는 법, 결과를 검수하는 법. 관리자 교육에만 있던 내용을 실무자 교육으로 옮긴다.
03
멈출 수 있는 장치
The Cord · 부르면 오는 사람을 정한다
혼자 여러 개를 돌리다 보면 이상을 가장 먼저 보는 사람도 그 사람이다. 무엇을 멈출 수 있고 누가 도우러 오는지를 함께 정한다(Vol. 58).

Section Ⅲ · Send the Training Down훈련도 함께 내려보낸다

관리자만의 기술이
더 이상 아니게 될 때

관리 일이 아래로 퍼진다는 전망이 맞다면, 조직이 가장 먼저 손볼 것은 조직도가 아니라 교육 과정이다. 지금 관리자 교육에 들어 있는 항목들을 보면 대부분 실무자에게도 필요한 것이 됐다. 목표를 한 문장으로 쓰는 일, 큰 덩어리를 맡길 수 있는 크기로 쪼개는 일, 맡긴 뒤 어느 시점에 확인할지 정하는 일, 받은 결과물이 쓸 만한지 판단하는 일이 그렇다.

특히 마지막 항목이 중요해졌다. Vol. 56에서 본 것처럼 사람이 보태는 것이 '받아들일지 말지'라는 선택 하나로 줄어들면 그 사람은 안전장치가 되지 못한다. 검수는 기술이고, 기술은 배워야 는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넘길지, 어디를 표본으로 뽑을지, 어떤 신호가 보이면 전체를 다시 봐야 하는지 같은 것들이다.

조심할 점도 있다. 관리 일이 퍼진다는 말을 '모두가 알아서 한다'로 읽으면 Vol. 39에서 다룬 보이지 않는 청구서가 다시 날아온다. 에이전트를 돌리는 일은 겉으로 산출을 늘리지만, 그 뒤에 목표를 정하고 결과를 검수하는 시간이 숨어 있다. 그 시간이 업무량 계산에 들어가지 않으면 사람은 조용히 소모된다. 새로 생긴 관리 업무를 일로 인정하고 시간으로 잡아 주는 것이 먼저다.

마지막으로 중간 관리자의 자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 글은 그 자리를 지키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가 하던 일 가운데 무엇이 도구로 가고 무엇이 아래로 가고 무엇이 위로 올라가는지를 적어 보는 일은 해야 한다. 적어 보지 않고 자리만 줄이면, 울프가 관찰한 그대로 결정이 위로 몰린다. 층은 얇아졌는데 윗사람의 결재함만 두꺼워지는 조직이 된다.

If the Layer Goes · 층을 줄이기 전에
확인할 다섯 질문
01
그 자리가 하던 일을 적어 보았는가?
보고 취합, 일정 조율, 품질 확인, 사람 코칭을 나눠 적고 각각이 어디로 가는지 표시한다. 적지 않으면 전부 위로 간다.
02
권한이 함께 내려갔는가?
일은 내려가고 결재는 올라가는 구조가 가장 흔한 실패다. 혼자 정할 수 있는 범위를 금액과 가역성으로 적어 둔다.
03
관리 기술을 실무자에게 가르치는가?
목표 쓰기, 쪼개 맡기기, 중간 점검, 결과 검수. 승진자 교육에만 있다면 지금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도움이 없다.
04
새로 생긴 관리 시간이 업무량에 잡히는가?
목표를 정하고 결과를 검수하는 시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잡히지 않으면 산출만 늘고 사람이 줄어든다(Vol. 39).
05
윗사람의 결재함이 두꺼워지고 있지는 않은가?
평탄화의 성적표는 조직도보다 결재 건수에 나타난다. 층을 줄인 뒤 위로 올라오는 건수를 세어 본다.

관리라는 일은 자리와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자리가 사라지면 그 일은 흩어진다. 흩어진 일을 누가 맡는지 정해 두지 않으면, 절반은 도구에게 가고 절반은 위로 올라가며, 정작 그 일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리는 비어 있게 된다.

리더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렇다. 우리 조직에서 지금 가장 많은 것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답이 직급표에 없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가 아니라 권한과 훈련이다.

Synthesis · Vol. 59

층을 없앴다고
권한이 내려가지는 않았다

2026년 리더십 쿼털리에 실린 글은 에이전트를 여럿 운용하는 직원의 하루를 관리 업무로 분해한다. 무엇을 할지 정하고, 일을 쪼개 맡기고, 진행을 지켜보고, 어긋나면 끼어든다. 예전에는 최고 경영진과 중간 관리자와 현장 감독이 나눠 맡던 역할인데, 이제 한 사람이 그 사이를 계속 오간다는 것이다. 다만 이 글은 현장 실험이 아니라 앞으로의 변화를 정리한 개념적 논의다.

경고는 과거의 기록에서 나온다. 1986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 대기업 300여 곳을 추적한 연구에서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자리는 4.5개에서 7개 가까이로 늘었고 사이의 층은 줄었다. 평탄화는 결정을 아래로 내려보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왔다. 그런데 뒤에 나온 분석은 반대를 보여 준다. 층을 걷어낸 회사에서 결정은 오히려 위로 모였다. 자리를 없애는 일과 권한을 내려보내는 일은 같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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