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끈질기다
자기 추정이 실제보다 정확하다고 믿는 것이다. 앞의 두 과신과 겨냥하는 곳이 다르다. 과대추정과 과대서열은 값을 틀리게 잡는 일이고, 과대정밀은 그 값의 폭을 틀리게 잡는 일이다. 다음 분기 매출을 120억으로 본다고 할 때, 120이 높은지 낮은지가 앞의 문제이고, 110에서 130 사이라고 말할 때 그 구간이 지나치게 좁은 것이 이 문제다.
Section Ⅰ · Three, Not One셋으로 나눈다
한 낱말로 묶여 있던
세 가지
과신은 리더십 글에서 가장 자주 지적되는 결함이다. 겸손하라, 자기를 과대평가하지 말라, 확신을 의심하라는 조언이 따라붙는다. 돈 무어와 폴 힐리가 2008년에 한 일은 그 조언을 보태는 쪽이 아니었다. 과신이라는 낱말 아래 섞여 있던 서로 다른 세 가지를 갈라낸 것이다.
첫째는 과대추정이다. 자기 실제 성과를 높게 보는 것이다. 시험을 치고 나와 80점은 됐겠다고 했는데 65점인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둘째는 과대서열이다. 남과 견주어 자기가 낫다고 믿는 것이다. 운전자 대부분이 자기가 평균 이상이라고 답한다는 이야기로 알려진 쪽이다.
셋째가 과대정밀이다. 자기 믿음이 정확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값을 높게 보거나 남보다 낫다고 보는 문제와 달리, 추정의 폭을 너무 좁게 잡는 문제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가. 연구 문헌이 세 가지를 한 낱말로 불러 온 탓에 서로 어긋나는 결과들이 쌓였기 때문이다. 어떤 연구는 사람이 과신한다고 하고 다른 연구는 과소평가한다고 했는데, 알고 보면 서로 다른 것을 재고 있었다. 저자들이 한 일은 그 어긋남을 하나의 틀로 설명한 것이다.
리더에게 이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더 실무적이다. 셋은 처방이 다르다. 그런데 회의실에서 과신이라는 말이 나올 때 어느 것을 가리키는지는 거의 특정되지 않는다.
Section Ⅱ · The Hard-Easy Flip난이도에 따라 뒤집힌다
같은 사람이
과제에 따라 반대로 틀린다
이 논문에서 가장 반직관적인 결과가 여기 있다. 과대추정과 과대서열이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어려운 과제에서 사람은 자기 실제 성과를 높게 본다. 동시에 남과 견주면 자기가 못하다고 잘못 믿는다. 두 가지가 한 사람 안에서 같이 일어난다. 어려운 시험을 치고 나온 사람은 자기 점수를 실제보다 높게 어림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더 잘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쉬운 과제에서는 둘 다 반대로 간다. 자기 실제 성과를 낮게 보면서, 남과 견주면 자기가 낫다고 잘못 믿는다. 쉬운 일을 끝내고 나서 별것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이만큼 못 했을 것이라고 여긴다.
저자들이 제시한 설명은 단순하다. 사람은 자기 성과에 대해서는 정보를 꽤 가지고 있지만 남의 성과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그래서 남을 추정할 때 평균 쪽으로 밀어 놓는다. 어려운 과제에서 내 성적이 나빴다는 것은 알겠는데 남들도 나빴을 것이라는 정보가 없으니, 남은 보통쯤 했으리라 보고 내가 뒤처졌다고 느낀다. 쉬운 과제에서는 거꾸로다.
조직으로 옮기면 익숙한 장면이 설명된다. 어려운 과제를 맡은 팀은 자기들이 뒤처져 있다고 보고한다. 실제로는 다른 팀도 같은 자리에서 막혀 있는데, 그 정보가 없다. 그래서 무리한 약속을 하거나 일정을 당겨 잡는다. 반대로 쉬운 과제를 맡은 팀은 우리가 제일 낫다고 느끼고, 그래서 점검을 느슨하게 한다.
이 결과가 조언의 방향도 바꾼다. 과신을 줄이라는 일반 조언은 어려운 과제를 맡은 사람에게 절반만 맞다. 그 사람의 과대추정은 줄여야 하지만 남과의 비교는 오히려 올려 잡아야 한다. 하나의 처방으로는 두 가지를 동시에 다룰 수 없다.
Section Ⅲ · The One That Stays남는 하나
폭을 좁게 잡는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세 가지 중 하나가 특별하다. 저자들에 따르면 과대정밀은 나머지 둘보다 끈질기게 남는다. 과대추정과 과대서열은 과제에 따라 방향이 바뀌고 때로 사라지는데, 자기 추정의 폭을 좁게 잡는 습관은 그렇지 않다.
이 성질이 실무에서 위험한 이유가 있다. 값을 틀리게 잡는 일은 결과가 나오면 드러난다. 120억을 봤는데 90억이 나오면 모두가 안다. 폭을 틀리게 잡는 일은 그렇게 드러나지 않는다. 110에서 130 사이라고 했는데 90이 나오면 우리는 예외적인 분기였다고 말한다. 구간이 좁았다는 사실은 기록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지금의 도구와 만난다. 리더가 숫자를 구할 때 쓰는 도구는 자신 있는 단일 값을 내놓는다. 범위를 요청하면 범위를 주기는 하지만, 기본 형태는 하나의 답이고 서술은 매끄럽다. 폭을 좁게 잡는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폭이 없는 답을 주는 셈이다.
Vol. 66에서 모델이 사람보다 더 자주 사용자의 편을 든다는 연구를 봤다. 답의 내용이 내 쪽으로 기우는 문제였다. 이번 편이 더하는 것은 답의 형태다. 내용이 맞더라도 그 답이 얼마나 확정적으로 보이는가가 따로 작동한다. 둘이 겹치면 내 생각에 맞고 흔들림 없어 보이는 답을 매일 받게 된다.
Vol. 18과의 경계도 그어 두자. 그 편은 확신을 결론이 아니라 가설로 쥐는 태도에 관한 것이었고, 생각을 고쳐 여는 근육을 다뤘다. 이번 편은 태도보다 앞에 있는 구조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틀리고 있는지가 과제의 성질에 따라 정해져 있다는 것, 그리고 셋 중 하나는 태도로 잘 교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방도 마음가짐보다 서식 쪽에 둔다. 예측을 적을 때 하나의 숫자 대신 구간을 쓰게 하고, 그 구간을 처음 떠오른 것보다 넓혀 적게 하는 정도다. 그리고 어려운 일인지 쉬운 일인지를 먼저 적게 한다. 어려운 일이라고 적혔다면 그 팀의 자체 평가는 낮춰 읽고 다른 팀과의 비교는 올려 읽는 편이 자료에 맞는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의 성격을 적어 둔다. 실험 과제들을 바탕으로 세운 이론 논문이고, 사람들이 시험이나 퀴즈 같은 명확한 과제에서 어떻게 틀리는지를 다룬다. 분기 매출이나 신사업 성공 확률처럼 정답이 늦게 나오거나 끝내 안 나오는 조직의 추정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다만 구분 자체는 옮길 수 있다. 과신이라는 한 낱말로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신을 줄이라는 말은 오래 반복됐고 거의 효과가 없었다. 이 논문을 읽고 나면 이유가 보인다. 그 말이 가리키는 대상이 셋이고, 셋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그중 하나는 그런 말로 고쳐지지 않는다.
그러니 다음에 누군가의 확신이 과하다고 느껴질 때 물어야 할 것은 그 사람이 겸손한가가 아니다. 그 사람이 말한 숫자에 폭이 있었는지, 그 폭이 지난번에 맞았는지다. 둘 다 적어 두면 확인할 수 있고, 적어 두지 않으면 느낌으로만 남는다.